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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규제 10년③] ‘갑을’ 이분법적 프레임 버리고 상생 대전환 해야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12.23 07:00
수정 2020.12.22 16:44

10년 간 계속된 규제, 대형마트‧소상공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해

정책 실패 인정하고 자율적 상생 방안 모색할 수 있도록 판 깔아줘야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된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 유통에 대한 출점과 영업규제를 시행하면서 '유통산업 억제법'으로 변질됐다."


지난 7월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2020 신유통 트렌드와 혁신성장 웨비나(웹세미나)’에서 나온 표현이다.


유통업계에서 이미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표적인 ‘규제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법안명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규제가 본격화 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 환경은 180도 달라졌다. 2012년 당시엔 대형마트가 유통산업의 정점에 있는 최강의 포식자였다면 현재는 이 자리를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이 되면서 온라인 쇼핑은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쇼핑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오프라인을 대신해 온라인이 유통산업의 주류가 된 것이다.


한산한 전통시장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지만 규제의 초점은 여전히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법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는 ‘갑’으로, 전통시장‧소상공인은 ‘을’로 규정짓는 이분법적 프레임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소상공인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선 이분법적 관점을 버리고,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상생전략 모색에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규제가 계속된 결과 대형마트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고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여전하다”며 “규제로 누구하나 혜택을 보지 못했다. 정부도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다른 관계자는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경우에는 정부가 지원책이라도 마련해주지만 기업의 경우에는 규제만 있지 진흥을 위한 지원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규제 보다는 상생을 통한 선순환 구조로 개선해야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대표 사례로 꼽는다. 그동안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이라고 하면 대부분 시설 현대화에 집중됐었다. 주차장이나 점포 외관을 개선해주는 지원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의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산품 등 상품을 판매하며 집객 효과를 높였고, 무엇보다 젊은 층을 유입시켜 시장을 활성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전통시장 안에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선 것은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된 후 10년여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작년 5월에 문을 연 노브랜드 제천 중앙시장점.ⓒ이마트

지난 2016년 8월 당진 어시장에 1호점이 오픈한 이래 현재 전국에서 12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상생스토어 입점 후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젊은 층 인구 유입으로 활기가 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지자체와 전통시장 상인들이 먼저 나서서 입점을 요구하는 수준이 됐다.


무엇보다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 대상으로 인식했던 지자체나 전통시장 상인들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7월 9번째로 오픈한 강원 동해시 남부재래시장점의 경우 입점을 계기로 지자체가 의무휴업일을 변경하기도 했다. 그동안 규제의 대상이 됐던 대형 유통업체가 협력과 상생의 대상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 보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한 쪽을 제재함으로써 생기는 쏠림보다 양측이 합의점을 마련해 ‘윈윈’하는 시너지를 내자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민간 차원의 자발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공 사례로 꼽힌다”며 “정부도 규제 보다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상생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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