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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외화예금 쌓은 증권사…환손실 우려에 팔자 고심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12.16 05:00 수정 2020.12.16 10:36

올 3Q 증권사 외화예금 7조1421억원으로 역대 최대…전년 동기比 125.7%

환손실 7.7조원 1년 새 60% 급증…"달러 약세 기조" 전망에 물량 출회 악순환

증권사들이 보유한 외화예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에 달러 약세로 인한 환손실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픽사베이

증권사들이 외화예금을 역대 최대치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역대급으로 늘어난 데다 금융당국이 파생결합증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화 보유 의무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가격이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져 기존에 보유한 외화에 대한 증권사들의 손실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연말에 대량의 매도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34개 증권사들이 보유한 외화예금잔액은 7조1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1636억원 대비 125.7%(3조9785억원) 급증한 규모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증권사 가운데에선 삼성증권이 2조3345억원 규모로 가장 많은 외화예금을 보유했다. 전년 동기 5959억원보다 291.7%(1조7386억원) 늘어난 수치다. 미래에셋대우가 1조948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은 외화예금을 보유했고 신한금융투자(1조465억원), NH투자증권(8486억원), 한국투자증권(7893억원), 대신증권(1233억원), 하나금융투자(116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외화예금 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서학개미들의 자금이 증권사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증권사들이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 달러 환매조건부증권(RP) 잔액 급증했다. 올해 10월 말 달러RP 판매잔액은 16억8229만 달러(1조8391억원)로 지난 1월 말의 9억2534만 달러(1조116억원)보다 81.8%(7억5695만 달러) 늘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게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외화자산 보유 의무를 강화한 부분도 외화예금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ELS와 DLS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체 헤지 규모의 10~20%를 외화 유동자산으로 의무 보유하게 하는 건전화 방안을 실시했다. 지난 3월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찍어낸 ELS에서 대규모 추가 증거금 요구를 의미하는 마진콜이 발생해 금융시장 교란요인으로 부상하자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최근 2년 간 국내 34개 증권사 외화예금 잔액 변동 추이 ⓒ데일리안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증권사들이 보유한 외화예금에 대한 환손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올해 3월19일 128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했다. 특히 지난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경기회복 가능성과 연계되면서 하락폭은 더 가팔라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18일 1163.5원으로 떨어진 이후 10월8일 1152.5원, 지난달 9일 1115.0원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00원 넘게 떨어지는 등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증권사가 보유한 달러의 거래손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증권사들의 외환거래손실은 7조75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8310억원보다 60.4%(2조291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5조3001억원에서 8조698억원으로 52.2%(2조7697억원) 늘어난 외환거래이익의 증가폭보다 큰 규모다. 이에 외환거래이익에서 손실을 뺀 외환거래차익도 올해 3분기 317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691억원 대비 32.2%(1513억원) 감소했다. 실제로 외화예금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연말에 맞춰 외화를 대량 매도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해외투자를 급격히 늘려온 증권사들의 외환위험액과 익스포저 비중이 지속해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특히 달러화에 대한 투자 확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달러 약세 등 외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이에 따른 손실 및 재무안정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외화예금을 늘린 이유는 해외주식 고객의 증가와 ELS와 관련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인데 최근 ELS 발행액과 미상환잔액이 줄어드는 등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추가적으로 예금을 확대할 이유는 적은 편이다"라며 "연말에 외환과 관련한 대규모 헤지 전략을 사용하거나 아예 매도하는 방법 등으로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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