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다시 '공매도 앓이'…'단계적 확대론' 꺼내고 동학개미 눈치
입력 2020.12.15 14:09
수정 2020.12.15 14:10
은성수 "책임 감당할 투자자에만 허용"…개인 확대론 '타협점' 제시
변동성 큰 시장서 '개인에 무책임한 공매도허용' 지적 받을까 우려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 개선책으로 개인투자자의 '단계적 참여 확대론'을 제시한 뒤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은성수 위원장의 단계적 확대론 제시 이후 언론 모니터링 강화는 물론 각종 주식 관련 커뮤니티 등 '동학개미 목소리' 청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위 입장에선 공매도가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아온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얼마나 달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동학개미가 사실상 정책 결정권자"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앞서 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의 공매도 참여 확대와 관련해 "사모펀드처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투자가들에게 일단 허용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무나 대차해서 공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부여해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에선 은 위원장이 '타협점'이란 단어를 쓴 것을 주목하고 있다. 개인의 공매도 참여 확대라는 방향을 지향하되, 그 과정이 급격하지 않도록 타협점을 찾는 과정을 거치는 등 촘촘한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인버스에 눈물' 개미들 보면 알지 않나…전문가부터 단계적 허용 배경
금융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개인의 공매도 참여에 따른 리스크다. 공매도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낮아지면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으로 일반 주식거래보다 더 큰 위험성을 안고 있다.
금융권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어느때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에 대한 공매도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위험한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 동학개미가 하자는 대로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열린 '개인대주 접근성 개선' 토론회에서도 개인의 공매도 투자에 따른 투자자 보호 강화가 과제로 지적됐다. 구체적으로는 대주거래의 구조, 손실위험 등에 대한 투자자 교육과 투자자 역량과 유형에 맞춘 차입한도 설정, 담보비율 기준 설정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태완 증권금융 기획부장은 "공매도는 주가 하락 시 원금까지만 이익이 가능하고 주가 상승 시에는 원금 이상 손실이 가능해 일반 주식거래보다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는 일단 자제를 당부해야 할 상황"이라며 "공매도가 개인에게 주어지면 어떻게 될지 '인버스'가 말해주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역대급' 상승장에서 공매도와 비슷한 원리로 수익을 내는 인버스(inverse)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찾고 있지만, 증시는 이들의 예상과 달리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크게 올랐으니 다시 빠질 것'으로 본 개인 투자자들이 인버스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정보력이 취약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금융위가 개인의 공매도 허용을 두고 고민하는 것도 최근 이 같은 현상과 맞물려 있다. 자칫 금융위 앞에서 '무책임한 개인 공매도 허용을 규탄한다'는 시위가 벌어지는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투자열기를 감안하면 개인에 대한 공매도 허용이 자칫 개인의 큰 금전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보다 주가가 크게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뛰어드는 '묻지마 투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가는 게 충격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