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콜' 이충현 감독 "나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한다"
입력 2020.12.13 14:28
수정 2020.12.13 14:55
1990년생 감독 등장에 주목…'콜', 원작 '더 콜러'와 확실한 차별

이충현 감독은 2015년 단편영화 '몸값'으로 영화계 주목을 받은 신예다. 원조 교제를 하려고 만난 여고생과 남성의 대화를 롱테이크로 찍은 '몸값'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충현 감독은 2020년 상업데뷔작 '콜'로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콜'은 당초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보류하다 지난달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했다.
이 작품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로, 박신혜와 전종서가 주연을 맡았다. '콜'은 공개된 후 전화란 매개체로 과거와 현재가 바뀌는 탄탄한 스토리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주는 공포, 미쟝센이 돋보이는 영상미까지 호평 받고 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영화를 준비했던 날들과 개봉이 밀렸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어요."
'콜'은 영국 영화 '더 콜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이 연결돼 있다는 큰 콘셉트만 같을 뿐 인물 구성과 디테일, 스토리까지 모두 이충현표 '콜'로 재구성됐다.
"원작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사람이 힙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나가지만, '콜'은 반대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죠. 그것에서 오는 공포와 스릴러에 신경을 썼어요.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영숙 캐릭터였어요. 원작에서는 과거의 인물이 카메라에 나오지 않거든요. '콜'에서는 영숙이를 수면위로 끌어올려서 존재감을 키웠어요. 원작을 보시면 사실 다른 영화라고 느끼실 겁니다."
이 작품은 박신혜의 내공과 전종서의 신선함이 시너지가 됐다. 주로 남자배우들이 장르 영화에서 활약했던 것과 달리, 두 여자 주인공만으로도 영화를 속도감 있게 끌어간다. 이를 두고 '여성 서사가 짙은 작품'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이충현 감독은 딱히 성별을 구분해서 만들 의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여성영화를 하겠다고 특별하게 의도를 하진 않았어요. 단편영화를 만들 때부터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로 설정되기도 했고요. '콜'에서도 의식을 한 것이 아닌 전개상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콜'을 통한 가장 큰 발견은 배우 전종서다. 전종서는 상처 받은 동물처럼 나약한 모습에서 집착으로 치닫는 광기까지, 그야말로 폭발하는 연기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이충현 감독은 영숙이란 캐릭터가 전종서의 손을 타며 완성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버닝'에서 처음 봤는데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 같은 매력이 영숙과 잘 어울려보였어요. 애매할 수 있었던 영숙 캐릭터를 종서 씨가 연기하며 방점을 찍어주셨죠. 제가 구체적인 디렉팅은 하지는 않았어요. 종서 씨가 자유롭게 연기하길 바랐거든요."

영숙이 1997년에 좋아하는 가수로 서태지가 등장한다. 영숙은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 서태지의 패션을 따라한다. 또 서연이 영숙과 공감대를 쌓기 위한 설정으로 서태지를 공부한다.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 자라지 않은 이충현 감독이 서태지를 '콜' 안으로 끌어들인 이유를 밝혔다.
"저항성, 폭발성, 반향이란 서태지가 가지고 있던 시대적 이미지와 영숙의 상황이 잘 맞았어요. 비주얼적인 부분도 영숙이 변화할 때 차용하기 좋았던 부분이고요."
이충현 감독은 연출적으로 성질이 다른 서연과 영숙의 교감, 또 그들이 멀어지면서 발산되는 감정 높낮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보여줄 지를 가장 고심했단다.
"'콜'은 인물의 감정에 따라 요동치는 영화였어요. 어떻게 설계하고 균형을 맞출 것인가를 가장 중점에 맞춰야 했죠. 다른 시간에 있으면서 친해지고, 멀어지고, 폭발하고, 이제는 서로 죽여야 하는 상황을 얼만큼 보여주고 표현할 것인가를 고심했어요. 순서대로 찍지 못해서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만들어나갔습니다."
이충현 감독은 19990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상업 영화 데뷔까지 성공적으로 마쳐 주목 받고 있다. 기대는 부담감으로 다가왔지만, 눈 앞에 주어진 결과에 최선을 다하며 덜어냈다.
"다른 분들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현장 경험이 없어요. 처음에는 걱정이 됐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부담감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어요. 주변에서도 특별히 그것에 대해 언급하거나 부담을 주진 않았어요. 오히려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콜'은 크레딧이 올라 갈 때까지 이야기가 전개되며 결말이 바뀐다. 인물이 사라지기도 하고, 사라졌던 인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스릴러의 공식을 마지막까지 잊지 않았다. 열린 결말인 덕분에 '콜'을 본 사람들은 벌써부터 시즌2를 제작해달라는 요청도 하고 있다.
"영화의 가장 큰 콘셉트는 과거로 인해 현재가 바뀌는 겁니다. 영화가 끝까지 멈추지 않고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죠. 그래서 결말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해피엔딩으로 방점을 찍은 것인지,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란 의미로 열어놓을 것인지 생각한 끝에 열린 결말로 표현했어요. 후속편은 아직 구체적이 계획이 없어요."
이 감독은 '콜'은 이어폰을 착용해 시청하길 권장했다. 연기와 연출, 스토리도 많은 신경을 썼지만 음악에도 그에 못지 않은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현재가 과거의 인물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사운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줬어요. 관객들이 휴대전화나 테블릿 PC로 보더라도 더 생생한 사운드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공을 많이 들였거든요. 이어폰으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충현 감독은 아직 감독으로서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알아가는 중이다. 어떤 감독이 되겠다는 대단한 각오보단,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저는 제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해요. 주변의 이야기도 들으려고 하고요. 이것이 저의 장점인 것 같아요. '콜'을 많이 좋아해주시니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