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고양이①] 사유지에서 길고양이 사료 주면 안된다?
입력 2020.12.13 09:12
수정 2020.12.15 00:44
길고양이 향한 혐오·학대 문제
길고양이 밥 문제로 주민 VS 캣맘 대립
야외에서 홀로 살아가는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혐오하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과 캣대디들를 향한 차가운 시선도 여전합니다. 길고양이도 하나의 존엄한 생명으로 인간, 자연과 함께 도심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픽사베이
반려동물인구 천만시대인 시대. 일반 시민들의 동물복지와 동물권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시선이 만연하다. '부산서 새끼 밴 고양이 심한 화상 입고 숨져' '밀폐 상자에 고양이 9마리 가둬 숨지게 한 50대 붙잡혀', '이틀 연속 고양이 살해..동물학대법 또 법정 구속', '동묘시장서 고양이 학대 논란', '잘린 새끼 고양이 발이 덩그러니', '부천시 주탁가에 새끼 고양이 사체 훼손된 채 발견' 등 동물을 학대하는 끔찍한 뉴스는 여전히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2017년, 서울의 한 관악구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 퇴치를 전면에 내세운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 후보의 공약은, 길고양이를 차갑게 바라보는 시선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혐오가 그대로 노출된 사례였다.
이 후보의 공약문에는 '살인진드기, 조류독감을 옳깁니다', '아이들이 위험합니다', '차에 긁으며 차에다 오줌을 싸고 똥칠을 합니다', '배관 보온재를 긁어서 겨울철 동파의 원인이 됩니다' 등을 적어 혐오를 조장했다. 살인진드기 전파 관련은 동물보호단체와 고양의수의사회가 나서 확인된 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반발한 사례다.
'고양이가 전깃줄을 물어뜯는다면 합선이 돼 대형 화제로 이어집니다. 인천 소래시장 화재 참사를 보십시오 남의 일이 아닙니다'라며 길고양이를 인천 소래포구 화재와 연결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관악구청에는 해당 후보자가 허위사실을 배포하고 있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또 동물보호법 위반 사항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결국 해당 후보자는 낙선했다.
◆ "길고양이에게 마음 놓고 밥 주고 싶다"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줄 때 한 번도 마음 편안하게 준 적이 없어요. 길고양이와 캣맘을 싫어하는 사람과 시비 붙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밤에 주로 길고양이들을 챙겨주러 나와요. 사료 그릇을 살펴보면 담배꽁초, 쓰레기 등을 넣어놓는 사람도 있어요. 볼 때마다 걱정돼요."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정은(30) 씨는 일주일에 최소 세 번씩 고양이 사료와 간식, 생수를 챙겨 집을 나선다. 7년 전 고양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레 길고양이한테도 눈길이 갔다. 고양이 간식을 몇 번 챙겨주니 기다리는 고양이도 생겼다. 경계가 심한 고양이었는데 점점 친근감을 표하는 고양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조아'란 이름을 붙여주고 돌보기 시작했다. 현재는 네 마리의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있다.
길고양이를 챙겨주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겪은 적도 있었다. 일정한 장소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다 보니,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고양이의 소음과 배변으로 고충을 겪는다고 항의한 것이다. 또 길고양이의 눈빛이 싫다며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지 말라고 화를 내고 위협하는 남성도 있었다.
이 갈등은 '캣맘' 이정은 씨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길고양이 개체수 감축을 위해 중성화 수술과 급식소 마련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주민 간 갈등은 여전하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고양이 밥을 주는 문제로 매번 설전이 펼쳐진다. 도심 속 생태계 일원이라는 것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고양이보다 주차장이나, 집 앞에 사료를 주고 제대로 치우지 않는 캣맘의 행태가 문제라고 꼬집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캣맘쏘쏘TV' 유튜브에 게재된 '길냥이 밥 왜 주냐고요?'란 제목의 영상에 달린 댓글은 1만 6000개다. "밥 주는건 좋은데 제발 뒷정리 좀 합시다. 내 차 바퀴 밑에 5년째 참치캔, 음식물 쓰레기 봉투 버리고 가는 캣맘이 있다. 내가 늘 정리하고 치워야 한다", "남의 집 베란다 밑에 고양이 집 만들어서 사료, 물 그릇 두고, 벌레가 생겨 치웠다",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은 좋겠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울음소리만 나도 소름이 끼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면서 싫어하는 사람도 존중해달라"고 항의하는 글들이 주를 이뤘다.
마포구에서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정은지(37) 씨는 "싫어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밥을 줄 때 주변 환경 정리를 깨끗하게 하려고 쓰레기봉투도 항상 챙겨 나간다. 일부 배려 없는 캣맘들의 행위가 길고양이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생명을 돌보는 일에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고양이가 싫으니 학대를 해도 된다는 무서운 말을 당연하게 뱉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이가 밥을 먹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나. 눈치 보지 않고 길고양이의 밥을 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 길고양이 배식 문제, “캣맘과 지역 주민 협의 필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길고양이 자체가 누군가의 소유도 아니므로 책임도 모호하다. 다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주민들과 협의 없이 공용 공간에 고양이 집을 둬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으로 길냥이를 데려와 밥을 준다면 공용공간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다른 주민들의 3/4 동의가 필요하다.
이학범 수의사는 "길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싫어할수록 캣맘을 응원해야 한다. 소음, 음식물 쓰레기봉투 뜯기, 배변이 갈등의 이유다. 꾸준히 밥을 챙겨줘야 소음도 줄어들고 배고파서 쓰레기봉투 뜯는 일도 줄어든다. 정해진 장소에서 매일 같이 챙겨주면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중성화 수술을 위한 포획도 쉬워진다"며 "지정된 장소에 급식소 설치해 길고양이를 살피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장소 선정할 때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봐야 한다. 캣맘분들과 지역 분들이 잘 협력하는 곳과 고양이 중성화 수술이 잘 이뤄지는 곳은 이런 분쟁이 적다. 오해나 선입견이 있는 분들에게 우리가 좋은 예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