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엄의 i-노트] 핵심 인력 유출 마냥 손놓고 있을건가
입력 2020.12.08 07:00
수정 2020.12.07 21:41
삼성·LG가 주요 타겟…억대연봉 등 파격 조건 제시
주도권 빼앗긴 LCD 전철 밟을까 불안…대안 절실
처벌보다 인센티브…전문인력 처우 개선 마련해야
“억대연봉 및 주택 제공. ‘S사 L사 출신 및 재직자 우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헤드헌팅 업체가 국내 구직 사이트에 올린 내용 중 하나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과 LG를 타겟으로 중국 업체가 노골적인 인재 빼돌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는 수출 효자 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실제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는 이미 한국인 수십여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관련 업계의 불안감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이미 인력 유출로 중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처럼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물론 정부도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유출 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고 있다. 정부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상당하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12개 분야 69개 기술(9월 기준)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영업비밀을 국외에 유출할 경우 15년 이하 징역이나 15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이는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이었던 이전 보다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하다. 헌법상 기본권에 상충된다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인력 유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고 기술 구현에 필요한 소재, 장비 등은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되지 않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전문 인력의 대우와 근로 환경 개선을 통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상상을 초월하는 조건을 내미는 중국 업체들에 얼마나 혀과적일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전문 인력 양성 및 고용 지원을 확대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오히려 인력 유출 예방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업계에서도 주력 분야의 주도권을 중국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기술·인력 유출 문제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적절한 보상 없이 맹목적인 애국심과 충성심을 요구하며 엄벌만을 주장하면 오히려 반감만 살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보고 있다. 그만큼 기술 및 인력 유출로 인한 경쟁력 하락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수동적이었던 지금까지의 인력 유출 대책을 과감히 버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 전문 인력을 존중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