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12월’ 환상의 짝꿍 손흥민·케인, 이대로 괜찮나
입력 2020.12.02 00:01
수정 2020.12.01 23:22
첼시, 손흥민-케인의 황금 루트 완벽하게 봉쇄
듀오 의존도 줄이고 혹독한 12월 일정 대비해야
토트넘을 1위로 끌어올린 ‘환상의 짝꿍’ 손흥민-해리 케인이 주춤했다.
토트넘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서 벌어진 ‘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승점1을 추가한 토트넘(승점21)은 리버풀을 밀어내고 골득실에 앞서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첼시(승점19)는 3위.
경기결과도 결과지만 내용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슈팅은 첼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5개였다. 지난 2018년 11월, 50m 단독 돌파 뒤 아름다운 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1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케인 역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경기 전 첼시 램파드 감독은 “매우 위협적인 듀오”라며 손흥민-케인 조합을 크게 의식했다. 그만큼 철저하게 대책을 세웠다. 전략은 주효했다. 케인이 하프라인으로 빠지면서 수비수들을 유도한 뒤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볼을 찔러주는 황금 패턴은 이날 통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수비에 치중한 무리뉴 감독 전술도 손흥민의 발을 묶었지만 첼시의 탄탄한 수비에 비할 바 아니다.
첼시는 포백 수비라인을 올리지 않고 최대한 내렸다. 그러면서도 포백 앞에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의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공격의 시발점인 은돔벨레와 케인을 적극 저지했다. 설령 손흥민에게 볼이 도달해도 측면과 중앙 수비수 할 것 없이 크게 둘러싸고 패스의 길목을 차단했다. 집중 견제에 갇힌 손흥민은 이전처럼 날카로운 침투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손흥민-케인은 올 시즌 무려 29골을 합작했다. 토트넘 역사를 넘어 프리미어리그 역대 2위다. 램파드 감독이 과거 디디에 드록바와 합작한 36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손흥민은 리그 9골(2도움), 케인은 9도움(7골)으로 각각 득점 2위,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다. 손흥민의 9골 중 7골이 케인 어시스트에서 나왔고, 케인의 2골은 손흥민 도움으로 이뤄졌다. 환상의 케미다.
하지만 손흥민-케인이 막히다보니 토트넘은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무득점 무승부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기 후 램파드 감독은 “전술이 통했다”고 자평했다. 향후 토트넘을 상대할 다른팀들 역시 참고할 수 있는 수비 전술이다.
빠듯한 일정을 앞둔 12월, 토트넘은 무려 9경기를 치른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크게 지칠 수 있는 시기다. 황금 루트의 간파 여부를 떠나 손흥민-케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 토트넘의 공격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21득점 중 16득점이 손흥민과 케인 발에서 나왔다. 비중과 의존도가 너무 커졌다. 반면 베르흐베인이나 베일의 활약은 아쉽다. 변화가 없다면 상위권은 가능해도 우승 트로피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