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㉜] ‘고스트’ 강동주, 모든 순간을 ‘처음’인 것처럼
입력 2020.11.28 02:13
수정 2020.12.02 15:16
뮤지컬 '고스트', 내년 3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공연
모두들 ‘초심’을 말하면서도 이를 지키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자신을 다잡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춤을 추던 강동주는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무대를 사랑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뮤지컬 배우였다. 그렇게 2009년 데뷔해 지금까지 늘 처음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현재는 지난달 6일부터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고스트’에 댄스 캡틴이자 스윙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이 작품에 임하면서서도 그는 “대본과 악보가 정해져 있지만, 매 순간 무대에 오를 때마다 처음 겪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한다”고 말한 강동주의 태도가 초심을 유지하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 2009년 ‘침묵의 소리’로 데뷔했다고요.
원래는 다른 넌버벌 퍼포먼스가 오디션에 합격해서 전주에서 서울에 올라왔는데 3개월 연습하다가 공연이 무산되는 바람에 서울시뮤지컬단 ‘침묵의 소리’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노래 오디션이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른 채 갔죠. 그래도 일단 후회 남지 않게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춤에 올인했어요. 힙합, 재즈, 비보잉, 헤드스핀까지 제가 할 수 있는 걸 보여드렸습니다. 현재 서울예술단 이사장님이신 유희성 선생님께서 저를 합격시켜 주셨어요. 선생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말씀이 있는데요. ‘뭐든 한 가지를 열심히 했던 사람은 다른 것도 빨리 열심히 하는 방법을 안다. 그 가능성을 보고 너를 뽑았다’고 하셨어요. 지금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 데뷔 12년차입니다. 연차만큼, 위치도 많이 바뀌었겠죠?
선배님들에게 도움만 받던 막내에서 이제는 댄스 캡틴을 하며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오랜 기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나요?
부상을 당했을 때가 슬럼프였던 것 같네요. 텀블링 등 고난도 동작을 하다가 다쳤을 때 ‘이제 앞으로 뭐 먹고 살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그 답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자만하지 않고 워밍업도 잘하고 계속 연습해서 다치지 않게 몸 관리를 하다 보면 몸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었어요.
-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고스트’에는 초연에 이은 두 번째 참여인데요. 이 작품에 다시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뮤지컬을 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춤 스타일에 맞는 공연을 하는 건 쉽지 않아요. ‘고스트’는 제가 좋아하는 느낌의 춤이 아주 많이 있고 또 재미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 자체가 참 좋잖아요. 다시 ‘고스트’가 무대에 오른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다시 ‘고스트’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의 감정도 궁금합니다.
세트를 처음 봤을 때, 넋을 잃었어요. LED 벽, 오토메이션, 트레블레이터, 마술, 랩 등 모든 게 공연을 하면 할수록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하면서 감탄의 연속이었죠. 샘과 몰리의 안타까운 사랑을 보면서 ‘있을 때 잘하고, 좀 더 사랑하자’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 강동주 배우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지난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연습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것 같습니다.
정말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아요(웃음). 집에 있으면 심심해서 배우들 대부분 극장에 일찍 와서 같이 워밍업도 하고 이야기하면서 웃는 게 일상이에요. 분위기가 좋다 보니 그게 무대에서 더 끈끈한 팀워크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 이 분위기 쭉 이어졌으면 합니다. 하하.
- 연습 과정,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밖으로 나가서 식사를 못 해요. 그래서 주말마다 각자 도시락을 싸와서 함께 먹고,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설거지 당번을 뽑아요. 설거지가 뭐라고 게임 할 때마다 스릴이 넘치고 재미있어요. 하하. 소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돌아보면 추억이 되더라고요(웃음).
- 작품에서 댄스 캡틴, 스윙을 맡고 계신다고요. 모든 배역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 스윙의 자리에 대한 부담이나 어려움은 없나요?
부담은 물론 있죠. 제가 댄스 캡틴이라 매일 공연을 보면서 잘한 것과 못한 것을 배우들에게 체크해 주고 더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올라가서 실수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평소에 잘 갈고 닦고 있습니다. 관객분들이 무대에서 스윙을 못 보셔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희는 연습도 하고, 또 노력하고 있어요. 언제 무대에 올라가도 ’고스트‘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요. 스윙 파이팅!
-힘든 위치인 만큼, 보람도 크겠죠?
관객분들에게 작품이 끝나고 박수를 받는 게 제일 큰 보람이고요. 같이 매일 공연을 만들어가는 분들과도 하루하루 끝날 때마다 서로 ‘수고했다’고 인사하는 것도 보람이에요.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내가 이 작품 했었구나’ 생각하고, 필모그래피가 쌓이는 것도 제 인생에 큰 보람이에요.
- 작품에 참여하면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극중 캐릭터가 있을까요?
매력 하면 오다 메인 것 같아요. 에너지 가득하고 흥 많고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을 다 가진 캐릭터에요. 또 관객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캐릭터잖아요.
- 그동안 했던 작품들 중에 작품의 크기나 흥행과 무관하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뮤지컬 ‘마틸다’에서 고학년 학생인데요. 학교 대문을 타고 놀고, 그네도 타고, 댄스 스포츠도 하고, 마피아도 되어 봤던 경험을 했어요.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고, 또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캐릭터라서 기억에 남습니다.
- 코로나19로 배우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힘든 이 시기에 무대를 오를 수 있는 건 기적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소중하게 공연하고 있습니다.
- 얼마 남지 않은 2020년, 이루고 싶은(혹은 이미 이룬) 목표가 있나요?
뮤지컬 ‘고스트’가 극장에서 계속 공연되고, 무사히 마무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후엔 또 다음 작품을 위해 몸 관리를 열심히 해놓아야 할 것 같아요. 이제는 거의 스윙, 댄스 캡틴으로 저의 배우로서의 방향성이 그려지고 있어서 거기에 맞게 저도 더 공부하고 몸 관리도 잘하고 또 노력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