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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논쟁, 눈여겨 볼 때가 되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1.26 08:00
수정 2020.11.24 15:21

상속세 최고세율 50%로 OECE 주요국중 일본 다음으로 높아

과도한 상속세 기업 생존에 치명적...쓰리세븐, 락앤락, 유니더스 등

조세수입 기여도 낮고 부 분배효과도 적어...경영 축소나 매각 부추겨

글로벌 경제 속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은 제도로 개편해야

ⓒ데일리안 DB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무려 6년 이상 정상적 활동을 못해오다가 지난 10월 25일 마침내 생을 마감했다. 이건희 회장은 주식재산만 18조 2251억원을 남겨 상속세 추정액만 최소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속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 미국, 영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40%, 독일은 30% 수준이다. 캐나다, 호주, 스웨덴, 이스라엘, 인도, 뉴질랜드 등은 아예 상속세를 폐지했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의 경우 배우자가 상속받을 때는 비과세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재산이 부동산일 경우에는 매각해 세금을 납부하거나 물납으로 하면 되지만 주식 상속의 경우에는 60%이상까지 세율이 높아질 수 있어 경영권이 위협받아 기업의 생존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상속할 때에는 주식 평가액을 20% 할증한 후 상속세율을 적용하다보니 60% 이상까지 치솟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상속세 절세 전략, 생전 증여 등 각종 기술이 동원되고 보험회사 등의 판촉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국회나 정부쪽에서 상속세율에 대한 조정과 상속세 납부 방법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상속세 세수는 2019년 기준 전체 국세 징수액의 1.04%에 불과하다. 즉 고율의 상속세를 고민하는 집단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부를 가진 자들이 자녀들에게 불로소득으로 물려주는 현상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소 타당하게 보인다. 사회 저명인사 중 한명은, "많은 자산을 형성한 것이 자신만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로소득인 상속재산에 대해서 근로소득만큼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며 상속세율 인하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하기도 한다.


일본과 한국만이 유독 상속세율이 높은 이유는 바로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재벌은 국가 주도 성장 정책에서 직·간접적 혜택을 받고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형성한 경우가 많고, 그를 보는 국민들의 입장에선 사회가 키운 몫은 사회로 환원해야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록 재벌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부자들은 단기간에 국가정책의 혜택으로 비롯된 경우가 많고, 부의 형성을 그들의 노력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을 상속하게 된 경우, 부담하는 상속세로 인해 결국 경영권이 넘어가고 회사가 폐업에 이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손톱깎기로 한 때 세계를 누볐던 쓰리세븐, 선물로도 인기 높았던 밀폐용기업체 락앤락,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였던 유니더스 등이 상속세 때문에 적자기업으로 전락하거나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어떤 창업주는 본인이 사망한 이후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회사 존립 자체를 걱정해 생전에 매각하는 방법도 강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위해 1987년 세법을 개정해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도입했다(당시는 조세감면규제법 제67조의 9, 현행은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제18조). 가업상속공제란 연 매출 3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에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해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경우 제도의 혜택을 받았더라도 일정기간 사후관리 요건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2018년 이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제를 받은 기업의 업종, 자산, 고용 유지 등의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내용으로 세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이처럼 가업상속 공제 사후 요건 및 유지 기간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전, 사후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실제로 해당 제도의 활용 건수는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일본은 2018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특례사업승계제도’를 만들어 종전 사업승계제도의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위해 상속·증여세를 전액 유예하거나 면제하게 됨에 따라 가업승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경제 활력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의 원래 취지는 중소기업의 생존과 고용유지다. 자질이 없어도 핏줄이란 이유로 경영권을 세습해서는 안 되나, 상속인이라고 해서 경영능력의 검증도 없이 비난받는 것도 옳지 않다. 상속인 중에는 부모와 함께 기업을 이끈 경우도 있고, 가업에 대해 더 애착을 갖고 지켜나가려고 할 수도 있다. 이는 비단 중소·중견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대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그것을 자신의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부의 축적과정이 정당하다면 이는 장려돼야 한다. 기업의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으로 인해 경제가 발전되고 고용이 창출되는 것이다. 세금으로 그 활동을 위축시키면 자금이 해외로 이탈하거나 사업의지의 감소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상속세의 과도한 세율은 조세수입의 기여도는 낮고 그로인한 부의 분배효과가 적으면서도 오히려 기업의 경영 축소나 매각을 부추길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그런 범위에서 상속세제 개편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당장 상속세율의 조정이 이뤄지기 힘들면 상속관련 세금을 상속 때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처분할 시점에 상속인 보유기간 동안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경청할 만하다. 그럴 경우 경영활동도 유지하면서 과세 형평도 달성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자본이나 기업의 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 경제하에서는 한 국가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세계경제라는 거시적 안목에서 세금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우리의 상속세법은 무조건적 부자의 세금이란 지난 시절의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은 제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글/서영득 법무법인 정론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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