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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의 여정]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은 '축제'가 아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11.16 07:00
수정 2020.11.16 04:37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얼마 전 중도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국회의원과 식사 중에 나왔던 얘기다. 내년 재보선 관련 여의도 동향을 물으려던 찰나 역으로 이 의원이 먼저 "언론은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은 어떻게 보세요?"라고 물었다.


"민주당이 공천을 강행해 범여권 통합후보 출연의 가능성을 닫았다" "지난번 선거와 달리 혼전이 될 것 같다" "후보자를 잘 내는 정당이 이기지 않겠느냐" "대선 전초전으로 여야 모두 조직결집에 사활을 걸 것" 등의 말들이 나왔다. 조금씩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지만 정치권 최대 관심이 내년 재보선임은 분명했다.


비슷할 줄 알았던 이 의원의 의견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야구경기의 팬심처럼 내년 재보선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기는 팀은 이기는대로, 지는 팀은 지는대로 팬들이 응원하는 것처럼요. 마치 축제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어느 때보다 정치인들은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해야할 선거입니다. 그런 면에서 내년 재보선을 다루는 언론인들의 태도에도 조금 유감입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나 역시도 서울·부산시장 후보군들의 움직임, 여야 정당 지지율, 차기 대선 영향력 등 정치공학에 초점이 맞춰진 기사들을 생산했었다. 정치권과 언론의 이런 움직임은 소통령으로 통하고 잠재적 대선주자가 될 차기 서울시장 탄생을 축복할 배경이 될 터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재보선을 바라보는 민심은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재보선으로 소요될 국민세금은 총 868억원이라고 한다. 대략 세율을 30%로 잡으면, 대략 2893억원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마진율 20%를 적용하면 매출은 1조4465억원이다.


코로나 시대 1조4465억원 매출에 얼마나 많은 고생과 노력이 투입됐을까 생각하면 국민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광역자치단체장 단 두 명의 잘못된 행태로 국민들의 짊어져야할 몫이 너무 큰 셈이다. 선거과정에서 나타날 피해자에 대한 2차 3차 가해와 이로인한 국민분열은 집계하기도 어려운 피해액이다.


그래서 내년 재보선은 '부끄러운 선거'라는 말에 동의한다. 두 명의 단체장이 속했던 민주당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규모는 작았지만 과거 보수정당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없지 않았다. 선거를 통해 국민께 진정성 있게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지, 국민 한 표의 선택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살펴보자는 얘기다. 비전은 그 다음이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정치인은 국민들이 나아가야할 길을 밝히고 개척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생계에서 벗어납니다. 그런데 정치인이 국민부담을 더 키우는 일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런 것들에 대한 분노가 터질거라고 봅니다. 여의도 정치권이 너무 민심과 괴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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