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선의 엔터리셋] 연예인 ‘특혜’로 받아낸 학위의 무게
입력 2020.11.15 07:00
수정 2020.11.15 05:35
그룹 제국의아이들 출신 배우 임시완은 연예인을 하기 위해 부산대에서 자퇴한 후 연예계에 특화된 대학에 입학했지만, 활동과 대학생활을 겸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그만두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배우 박보검은 바쁜 스케줄에도 수업을 꼬박 챙겨 듣고, 학우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상반된 두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건, 연예인이 보통사람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임시완은 이를 느끼고 연예계에 집중하는 것을 택했고, 박보검은 그 어렵다는 ‘병행’을 해내면서 성실한 이미지를 쌓았다.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실 대중들에 있어서 연예인의 학위는 그리 중요한 평가 대상은 아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 연예인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연예인에 대한 동경이 학위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은 특혜까지 받아가며 학위를 취득하면서 애써 스스로 논란을 만들어내는 모양새다. 최근 홍진영의 표절 논란이 대표적이다. 홍진영도 한참 인기를 끌던 당시 ‘박사 가수’ ‘엄친딸 가수’로 자신을 홍보하긴 했지만, 굳이 학위가 아니었더라도 젊은 트로트로 사랑받았던 가수다.
누구도 그에게 박사는커녕 석사도 기대한 적이 없는데 학위를 표절 논문으로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자 조롱과 야유가 빗발쳤다. 더구나 그는 의혹은 인정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하니 제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며 학위를 스스로 반납하겠다고 사과문을 내면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동을 강행하는 모습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홍진영 이전에도 연예인의 학위 부정 취득 논란은 매년 있어왔다. 지난해에는 전남 나주에 위치한 동신대가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은 아이돌 가수들의 출석을 ‘정상’으로 처리하면서 학점을 주고, 학위를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언급됐던 가수는 윤두준, 이기광, 장현승, 육성재 등 7명으로, 결국 학위 취소가 결정됐다.
또 2018년에도 경희대 대학원 부정입학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용화와 조규만에 대한 입학 취소 결정이 내려졌고, 석사 학위 부정 취득 의혹이 제기된 가수 조권은 학위 취소가 결정됐다. 이전에도 김미화, 김혜수 등 다수의 연예인이 논문 표절 등의 논란으로 학위 취소를 당해야 했다.
그동안 대학들의 연예인 특혜 논란은 자주 불거졌다. 여러 대학이 학교를 홍보할 목적으로 아이돌 가수를 입학시키고 강의를 듣지 않아도,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도, 시험을 보지 않아도, 바쁜 연예계 활동을 고려해 학점을 주곤 했다. 특히 남자 연예인의 경우는 학위를 따면서 입대까지 연기할 수 있으니 마다할 리 없는 제안이었다. 이런 이해관계 탓에 대학과 가수, 소속사 간의 보이지 않는 공생은 관습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이들의 유착 관계는 일반 학생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예인의 진학과 학위 취득은 군 입대 연기, 혹은 학교와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입학이라고 꼬집었다. 학업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학위를 취득한다는 것이다.
연예계에 만연한 부정 입학과 학위 취득은 지식의 갈증을 채우려는 진정성 있는 배움까지도 싸잡아 매도되도록 할 여지도 있다. 연예인과 소속사, 대학원 등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진학, 학업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누구도 연예인에게 ‘학위’를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선택이고, 선택을 했다면 그에 따른 무게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