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금융사기 피해 방지책 마련 나서는 시중은행
입력 2020.11.14 06:00
수정 2020.11.13 16:30
AI 기술 활용해 실시간 분석…악성앱도 자동 탐지
피싱 보험 서비스 제공하는 시니어 상품까지 등장
#.60대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자녀로부터 서류를 떼는 데 쓴다며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내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즉각 자신의 신분증 사진을 찍어 보냈다. 딸이나 아들 등 가족을 사칭한 문제 메시지로 접근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얻어낸 후 금융사로부터 피해자 명의의 카드론·약관대출 등을 받아 계좌에 이체한 뒤 돈을 빼가는 메신저피싱을 당한 것이다.
보이스·메신저피싱 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다양한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보이스피싱 방지 앱 피싱아이즈를 운영 중인 인피니그루와 제휴해 보이스피싱 사전 예방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피싱아이즈는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핸드폰에 전송된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 메시지와 피싱 전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핸드폰에 설치된 악성 앱 및 원격제어 앱 등을 자동으로 탐지해 의심정황 발생 시 실시간으로 피해 방지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다.
신한은행 고객이 이 앱을 사용하면 고객의 핸드폰에서 탐지되는 문자, 전화, 앱 정보 등 보이스피싱 의심 징후가 즉시 신한은행의 ‘안티(Anti) 피싱플랫폼’에 공유된다. 이 정보를 통해 신한은행은 고객의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앱을 통한 보이스피싱 방지 알림 또는 고객에게 안내 전화를 실시한다.
하나은행도 최근 영업점과 비대면, 고객분석 등 각 분야별 맞춤형 종합대책을 내놨다.
우선 ▲카카오톡 피싱 ▲대출빙자 ▲현금인출유도 ▲구매대행 등 다양한 유형별로 세분화 후 사례별 항목을 통해 정확한 문진이 가능하도록 금융사기예방진단표를 업그레이드했다.
비대면 대책으로는 인터넷, 모바일 뱅킹, 텔레뱅킹 문진제도를 시행하고 비대면 인증 시 보이스피싱 위험이 감지된 경우에는 화상인증 등 맞춤형 추가 인증을 실시한다.
고객분석을 통해 맞춤형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문도 발송한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하여 대출사기, 검찰사칭 등 기존 피해 사례들을 분석해 향후 피해 예상 고객별로 맞춤형 알림을 발송한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보이스피싱 보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시니어 전용 상품 ‘언제나 청춘 정기예금’도 출시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보험 서비스를 통해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으로 금전적인 손해를 입을 경우 최대 각 1000만원, 대중교통 상해사망 시 5000만원 한도로 보상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9월부터 ‘전자통신금융사기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금융거래 데이터 중 금융사기가 의심되는 거래를 실시간으로 잡아내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보이스피싱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한 ‘신(新)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금융거래 패턴과 자금 흐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이스피싱 징후를 탐지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피싱 관련 예방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는 이유는 금융사기 관련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메신저피싱 총 피해건수와 피해액은 6799건, 2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6%, 25.3% 증가했다. 보이스피싱 전체 피해건수와 피해금액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2만1900건, 2023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메신저피싱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 다양한 예방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의 자산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