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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현대차 美관세폭탄 피했다…전기·수소차 기회 활짝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11.10 06:00 수정 2020.11.09 11:50

'25% 관세폭탄' 무역확장법 폐기로 불확실성 제거

전기차 충전소 50만개소 설치, 정부 차량 300만대 친환경차 대체

친환경차 쿼터, 자국 내 생산 유도 등 위기 요인도

9월 27일 울산항에서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가 사우디아라비아행 선박에 선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자동차 업계도 여러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제 통상규범 준수와 환경보호 관련 공약들을 내세웠던 만큼 트럼프 정부 시절의 관세폭탄 우려는 덜게 됐고, 새로운 환경정책은 위기이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그동안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자동차 산업 무역확장법 232조는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을 자동차 산업에 적용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해 왔다.


이 조치의 시행은 2년 넘게 미뤄져 왔지만 미국향 수출 물량이 연간 60만대에 달하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기아차)과 제너럴모터스(GM)의 중소형차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GM으로서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시행 가능성이 심각한 위협 요인이었다.


바이든 당선인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국제무역에서 다자체제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 온 만큼, 트럼프와 같은 극단적인 보호무역조치와 예측 불가능한 돌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두 달의 임기 동안 선거 패배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그동안 미뤄뒀던 행정명령들에 서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결국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서 가장 대응하기 어려운 게 ‘불확실성’인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설령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돌발 변수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하고 대응 가능한’ 수준에서 정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새로 바뀔 미국 정부 정책에 우리 기업들이 더 기민하게 대응해야 될 부분은 친환경 정책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화 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관련된 친환경 사업 인프라 구축에 재임 4년간 2조달러(약 2230조원)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친환경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미국 내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개소를 2030년 말까지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방정부 차량 300만대와 스쿨버스 50만대도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전기차 판매량을 2025년까지 연 18.3%씩 늘릴 예정으로, 이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도 확대한다.


미국 내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개소 설치된다는 것은 주유소 못지않은 전기차 인프라가 깔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각 주(州)당 1만개소의 충전소만 설치돼도 우리나라의 전국 주유소 개수(1만1000여개)와 맞먹는다. 그만큼 미국 내 전기차 시장 확대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시장 대응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개발한 데 이어 이를 적용한 전기차 라인업을 ‘아이오닉’이라는 별도의 브랜드로 론칭할 예정이다.


아이오닉 브랜드는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주자인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고성능, 보급형, 럭셔리 SUV 등으로 라인업을 구성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 대중화 차급을 담당할 준중형 CUV ‘아이오닉 5’를 출시한 뒤 2022년에는 강력한 주행성능을 갖춘 중형 스포츠 세단 ‘아이오닉 6’를 출시하고 2024년에는 럭셔리 대형 SUV ‘아이오닉 7’을 내놔 3종의 라인업을 완성한다.


아이오닉 브랜드 3개 모델은 충전 시간은 세계 최단인 20분으로 단축하고, 한 번 충전시 45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도록 해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공약한 연방정부 차량과 스쿨버스 등의 친환경차 대체는 전기차 뿐 아니라 수소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데 있어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현대차그룹에게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차는 세계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수소차 넥쏘 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버스, 트럭 등 상용차까지 양산 체제를 갖춘 상태라 수요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새로 출범할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환경 정책은 이처럼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자동차 관련 정책에는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 차량 의무 판매비율 명시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미국 시장 내에서 전기차나 수소차를 일정 비율로 판매하지 못할 경우 기존 내연기관 차량도 판매에 제약을 받는다.


또 바이든 당선인은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외국 완성차 업체들에게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갖추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해외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설립할 경우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다, 최근 노조가 자동차 전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어 이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확대 대응이 됐건, 내연기관차 판매를 위한 쿼터(친환경차 의무판매비율) 대응이 됐건 이제 미국 시장에서도 전동화 전환에 빨리 대응하는 기업만 살아남게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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