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윤석열 내쫓기 총동원령 내렸나
입력 2020.11.09 09:00
수정 2020.11.09 08:18
추미애 장관의 찌질한 트집잡기
민주당 지도부는 대놓고 협박
도널드 트럼프 타산지석 삼아야
문재인 정권의 정치행태가 ‘폭주족’을 연상시키더니 그것도 지쳤는지 이제는 대놓고 ‘찌질이’ 노릇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라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을 듯하다. 탁자를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나무라더니 그 위세 어디다 버렸는지 이젠 찌질한 트집잡기다.
추 장관은 지난달에 윤 총장을 겨냥, 4건의 감찰을 지시했다. 전례가 없는 조치를 무더기로 쏟아낸 것이다. 그것도 사기혐의로 구속 기소된 형사피고인의 폭로를 근거로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적 의혹’이라고 했다. ‘국민’은 왜 끌고 들어가는지 황당하다. 그렇게 군색한 핑계를 댈 것이면 애초에 참고 지낼 일이지, 판을 벌여 오히려 창피 당하는 걸 보면 성격이 너무 급하든지 머리가 안 좋든지 둘 중의 하나이거나 둘 다 이겠다.
추미애 장관의 찌질한 트집잡기
엊그제 항소심에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건도 추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의 덕에 긁어 부스럼 만든 경우다. 지지난 해 1월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 정부‧여당 비판 댓글이 비정상적으로 추천을 많이 받는다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것을 두고 김어준 씨가 의혹을 제기했다. 보수진영의 조직적 여론공작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잽싸게 받아서 민주당이 그달 31일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매크로를 통한 댓글의혹 사건 수사는 그렇게 시작됐고, 그 돌이 이상하게 유턴을 해서 김 지사가 호되게 맞는 결과가 됐다.
그랬던 추 장관이 또 일을 벌인 것인데 어쩌면 감찰 실컷 하고 자기 편 치부를 드러내고 마는 상황에 이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앞뒤 안 가리고 흔한 말로 ‘성질부리다가’ 제 발등 찍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이참에 윤 총장 비리를 들춰 내 조금이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그 걸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임 핑계를 만들어 바치자고 계산했을 법하다. 그런데 부메랑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이 소동 속에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가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 ‘추 장관 검찰개혁 실패론’을 올리고 추 장관이 이를 ‘커밍아웃’으로 규정하며 가만 안 둘 것처럼 을러대는 상황이 벌어졌다. 거기에 춘천지검 최재만 검사가 ‘나도 커밍 아웃’이라는 글을 올렸고 삽시간에 300여명의 검사들이 실명으로 동조하는 검찰 초유의 사태가 전개됐다.
이쯤 됐으면 한 걸음 정도는 물러설 만도 한데 추 장관 생각은 달랐다. “바랄 걸 바라야지, 내가 그만 일에 주눅들 사람인가”라는 기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번엔 특별활동비로 ‘윤 총장 잡기’에 나섰다. 윤 총장이, 자신의 측근이 있는 검찰청에는 특활비를 많이 주고, 자신과 대립적 태도를 보이는 서울중앙지검에는 지급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여당 의원들의 의혹제기에 즉각 응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놓고 협박
리허설까지 거친 상황극 같다. 여당이 핑계를 만들어주고 그 즉시 추 장관은 윤 총장 사냥에 나서는 패턴이다. 심지어 구속 중인 형사 피고인의 지원까지 받는 것 같은 이 분위기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그런데 어쩌나 이 발길질도 또 빗나가면서 자기 발목을 걸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이라는 시민단체가 특활비와 관련, 추 장관을 고발했다. “특활비는 사건수사와 첩보수집, 그리고 업무상 기밀을 요하는 국정 수행에 쓰이는 특별예산인데, 오직 수사를 위해 쓰여야 할 특활비를 장관이 유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수사해 달라는 것이다.
게다가 국회 법사위가 특활비 집행 내역을 놓고 대검찰청 현장 검증에 나서기로 하자 야당 측이 “법무부 특활비도 검증해야 한다”고 맞서는 바람에 일이 커지고 말았다. 추 장관으로서는 윤 총장을 궁지로 몰려고 하다가 자신의 특활비 집행내역까지 들춰지게 된 셈인데, 성질 자랑하느라 벌이는 일이 제대로 풀릴 리가 없다.
추 장관만의 칼춤은 아니다. 사실은 이게 더 심각한 문제라 하겠는데,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몰이’에 총동원령을 내린 분위기다. 특히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에 콩 튀듯 하고 있다. 정권 차원의 위기의식이 고조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는 ‘정치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며 “일부 정치 검사의 이런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을러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의 국정 개입”이라고 단정했고 김종민 최고위원은 “정치군인의 정치 개입에 준하는 수준”고 몰아세웠다. 마치 검찰 쿠데타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이다. 저질러 놓은 게 많으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도 같다.
이들의 논리는 참으로 빈약하고 무모하기까지 하다. 탈원전이 대통령 공약사업이고 국가 정책인 만큼 검찰이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책 그 자체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정책 수행과정에서 불법한 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안 된다고 하면 이는 형사적 성역을 설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건 법치주의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도널드 트럼프 타산지석 삼아야
문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에 대해서도 엄정히 수사할 것을 윤 총장에게 지시한 바 있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에서부터 문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되삼켜버리는 처사를 거듭했다. 국민의 원성에는 분노로 답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광화문 집회 주동자들에 대해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라고 소리를 질렀다. 정권측이 반정부 시위를 주동한 국민을 ‘살인자’로 규정하는 이런 나라가 여기 말고 달리 있을까.
쫓아내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지만 깔끔한 이유나 핑계가 없어 머뭇거리는 모양인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정부 안의 혈투를 조장하려는 것인지,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그냥 쫓아내자니 윤 총장 정치적 위상 올려주면서 야권 정치세력들의 원기를 회복시켜줄 게 겁나고 그냥 두자니 분이 끓어올라 못 견디겠다는 심사인가.
대통령과 추 장관의 분노를 슬슬 자극하며 자기 분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수사를 통해 탈원전 정책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 각 행정부처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검찰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허락을 받은 후 집행해야 하겠구나”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검찰을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어둠의 군주 ‘사우론’으로, 그리고 (아마도) 정권 측을 정의의 호빗족 ‘프로도’로 비유하기도 했다. 세상에, 정권을 그처럼 허약한 존재로 묘사하다니!
이런 억지 비유까지 구사하면서 하고자 하는 말이 뭘까. 윤 총장이 아니라 대통령을 향해 “이래도 화를 안 내실 겁니까. 저러는데도 윤 총장 안 쫓아내실 겁니까”라고 묻는 것 같은데, 아닌가? 대통령‧장관‧여당으로도 안 돼 전직 장관의 조력까지 필요할 지경이라면 정권 측의 임기 말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그렇더라도 이건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야기다. 끊임없이 입으로, 또 SNS로 비난 독설 허언 모함 자화자찬 자존자대를 되풀이 하던 트럼프의 말로는 세계인들이 지켜본 그대로다. 멈출 수 있는 지점에서 멈추는 게 스스로를 살리는 길이라는 걸 조언 삼아 말해 주고 싶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