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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20 결산③] 윤석열발 위기감에 추미애 표적감찰…'파국 몰아친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11.02 06:00
수정 2020.11.02 05:54

'윤석열 대전'만 기억된 21대 첫 국정감사

위기감 느낀 추미애, 윤석열 표적감찰 복수

평검사들, 감찰권·수사지휘권 전횡에 반발

'파국' 위기에서도 보이지 않는 文대통령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윤석열의 역습'으로 요약된다. 민주당의 철저한 '맹탕국감' 전략 속에 국민들의 관심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석하는 대검찰청 국정감사로 쏠렸고,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억눌려왔던 울분을 폭발시키듯 포효했다. 그 결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내세웠던 수사지휘권 발동의 근거가 깨졌고, 윤 총장을 한 번 더 압박하려던 민주당 의원들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여론반응도 윤 총장의 '판정승'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추 장관의 직무수행 긍정평가 응답은 32%, 윤 총장은 39%로 집계됐다. 부정평가에서는 차이가 더욱 벌어졌는데 추 장관은 56%, 윤 총장은 44%였다. 또한 추 장관은 데이터리서치가 지난달 26일 실시한 ‘교체해야할 국무위원’ 조사에서 37%로 단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2018년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무혐의 처분'을 빌미로 "봐주기 수사 의혹이 있다"며 감찰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었던 윤 총장을 겨냥한 '표적감찰'이었다. △라임 관련 검사비위 은폐 의혹 △야당 정치인 연루 은폐 의혹 △언론 사주 면담 등을 포함하면 "감찰 하겠다"고 밝힌 것만 벌써 네 번째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석열 찍어내기'라고 보고 있다. 모욕감을 느낀 윤 총장이 자진사퇴를 하면 좋고, 감찰 과정에서 조금의 비위라도 확인되면 추 장관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자진사퇴하고 차라리 정치를 하라"는 주장을 공공연히 내놓는다. 공수처 출범 전까지 윤 총장을 이른바 '식물총장'으로 묶어두겠다는 심산이었지만, 국정감사에서 일격을 당한 뒤 기류가 급변했다.


윤석열 국정감사 '일갈'에 깨어난 평검사들
평검사 회의 소집될까…이번주 검란 분수령
추미애·조국 '적폐검찰' 프레임으로 압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 장관의 폭주에 제동을 건 것은 평검사들이다.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과 추 장관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시작이었다. 추 장관이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몰아세우자,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는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라며 "저 역시 커밍아웃 하겠다"고 반발했다.


최 검사의 글에는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지지댓글이 이어지며 지난 달 30일 기준 23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2,000명의 검사 중 10% 가량이 공개적으로 추 장관에 반대한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 검사의 의견에 동참한 숫자가 평검사 회의 소집 정족수를 넘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평검사 회의는 미래에 검찰을 이끌 저연차 검사들이 의견을 결집하는 집단 행동으로 파장이 작지 않다. 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당시 소집돼 검찰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지난 2005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평검사들과의 대화'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진정성이 있는지, 추 장관 취임 이후 계속된 인사권과 감찰권, 수사지휘권 전횡에 대해 평검사들이 본격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단계"라며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박순철 전 남부지검장과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으로 그간 숨죽여왔던 검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검찰 적폐몰이'를 강화하며 파국까지 불사한 채 밀어붙일 태세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라고 적었다. 이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왜 노무현·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비검찰 출신 법무부장관이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해 공식적 지휘를 했을 때만 검란이 운운되는 것이냐"며 추 장관 편을 들었다.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진화해야할 문재인 대통령은 이 국면에서 사라졌다. 앞서 "수사지휘권 발동이 불가피하다"며 한 차례 추 장관 손을 들어준 이후 청와대는 계속 묵묵부답이다. 부담이 큰 듯 민주당 지도부 역시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며 뒷짐만 쥐는 형국이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조속한 공수처 출범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만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통화에서 "추 장관과 민주당의 반응을 보면, 절대 양보하지 않고 앞으로도 더욱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정치적 압력을 강화할 것 같다"며 "정부여당이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 예속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검사들의 독립수호 의지가 얼만큼 발현될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독립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검사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며 "검사들이 의지를 가지고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낼 것인지, 아니면 굴복해서 정권에 예속된 검찰 신세로 전락할지는 검사들이 선택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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