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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예능부터 대중가요까지… ‘한글파괴’ vs ‘트렌드 반영’ 논란 여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0.29 00:00 수정 2020.10.28 23:23

방송통신심의위원회, 7개 예능에 법정 제재 의결

한국PD연합회 "소통과 곰감을 위한 언어" 반박

ⓒMBC ⓒMBC

“신조어와 인터넷 용어를 자막으로 사용하여 방송의 품위를 저해하고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이유로 지난 21일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놀면 뭐하니?’, SBS ‘박장데소’, 채널A ‘도시어부’, JTBC ‘장르만 코미디’, tvN과 XtvN의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등 7개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일부 프로그램이 자막에 ‘덕후’(팬) ‘성덕’(성공한 덕후) ‘부캐’(부가적 캐릭터) 등 신조어를 삽입한 것에 대한 조치다.


예능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체적으로도 한글 파괴는 심각한 수준까지 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가요에서도 맞춤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욕설, 신조어 등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그런지 못한가를 두고 이미 오래 전부터 갑론을박이 있었다.


한때 가요계의 언어 파괴 수준이 도를 넘기도 했다. 물론 노래 특성상 부르기 쉽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문법에 맞지 않는 가사를 쓰는 것을 넘어 제목에까지 ‘쓸애기’ ‘대.다.나.다.너’ 등을 사용하면서 대중가요 속 맞춤법을 둘러싼 ‘한글파괴’와 ‘시적허용’ 혹은 ‘트렌드 반영’ 논란은 과거부터 팽팽하게 이어져 왔다.


“한글 파괴를 막기 위해 대중가요 가사와 제목은 맞춤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 때마다 가요 관계자들은 “유행과 소통에 민감한 대중음악을 무조건 국어학적인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예술의 특성상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예능들도 마찬가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예능프로그램은 트렌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실에서 사용되는 말을 배제하고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이 완성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허용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예능 자막에 대한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한 이후 한국PD연합회도 성명서를 통해 법정 제재를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면서 “다양하고 미세한 감정표현과 상황묘사가 필요하다” “소통과 공감을 위한 언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심위가 법정 제재를 강행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웃지못할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협회는 “혐오·차별 표현을 강력히 제재하는 것에 우리는 동의한다”라면서도 “욕설, 비속어, 혐오 표현이 아닌 ‘말장난’ 수준으로, 법정 제재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방심위는 보도자료에서 이 프로그램들이 ‘한글 파괴에 앞장섰다’라고 했는데, 해당 PD들을 너무 심하게 매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피력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예능이나 대중가요는 말 그대로 대중들의 트렌드, 즉 현재 대중이 관심을 갖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언어가 방송이나 가사에 등장하는 것 역지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번 제재 대상에 오른 ‘덕후’나 ‘핵인싸’ 같은 단어도 신조어지만, 국어학회가 새로운 단어로 인정해 국어사전에 올렸다.


다만, 분명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낯선 신조어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욕설이나 비속어, 혐오 표현이 남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분명한 한글파괴에 해당한다. 재미와 공감이라는 명목으로 사용하는 자막 혹은 가사는 그 파급력이 크다는 걸 인정하고, 적절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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