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전세 대책 나올라…24번째 부동산 대책 실효성 '글쎄'
입력 2020.10.28 16:38
수정 2020.10.28 16:39
"매매시장 자극 우려"…기존 규제 정책 방향성 유지할 듯
월세 세액 공제·공공임대주택 확대…전세수요 분산 한계
"수급불균형이 원인"…전세시장 매물 출현 없어 효과 無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대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월세 세액공제와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차보호 3법 등 잇단 규제 대책으로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검토 중인 추가 대책에 대해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전세대란의 근본 원인이 '수급불균형'에 대한 정부의 현상 진단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세대란이 빚어지면서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의 추가 대책은 기존 부동산 규제 정책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하되, 일부 부작용을 보완하는 형태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기존 정책들의 효과를 반감시키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전세시장의 초점을 맞춘 세부 보완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택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빼든 임대차 3법 등 기존 정책들도 그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매매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한 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만한 획기적인 정책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주택 구입과 관련된 세제 지원이나 장기 주택담보대출, 주택구입 자금 지원 등 전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하는 전통적인 대책은 매매시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카드로 꺼내기가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전세시장은 향후 매매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다.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으로 주춤하고 있는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전·월세 수요자들이 대출 등을 활용해 매매시장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추가 대책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과 이와 무관치 않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대책을 다 검토해봤는데, 뾰족한 단기 대책이 별로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정부가 현재 내놓을 수 있는 카드 중 하나가 월세 세액공제 확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세액공제라든가 이런 것을 통해서 세입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재정당국과) 함께 협의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고, 월세 임차인의 혜택을 늘려 전세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전용면적 85㎡ 이하인 국민주택에서 월세로 살면 월세의 10%, 연간 750만원까지 돌려준다. 이번 추가 대책 때 소득 기준이나 주택 기준을 조정해 월세 세액공제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5·6, 8·4 대책 등 두 차례 발표한 공급 확대 물량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공공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공임대 주택 공급 일정을 1~2년 앞당기기 위해 공기를 단축하거나 인허가를 서두르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최대한 앞당겨 전세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홍 부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신규 주택공급은 다소 시간은 소요될 수 있으나, 매매와 전세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며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향후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새 공급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겠다"며 "정책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상황인 '사점(dead point)'을 조기에 통과하고, '세컨드윈드(second wind)'를 앞당겨 맞이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추가대책이 전세시장을 안정화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 전세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월세 세액 공제로 일부 월세로 사는 임차인들에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전세 물량을 늘리거나 전셋값을 낮추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월세 세액 공제를 확대로 전세 수요를 얼마나 분산할지도 미지수다.
또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최대한 앞당긴다고 하더라도 실제 공급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린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9주 연속 상승하고,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5년 반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를 정도로 전세대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대책으로는 지금의 전세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월세 세액공제 확대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대책으로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지금의 심각한 전세난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금 당장 전세 매물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전세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앞당긴다고 하더라도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등 시간차를 고려하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양도세를 한시적이라도 낮춰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하거나 취득세를 낮춰 전세 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등의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