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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배송 중단 놓고 엇갈린 택배 3사, 배경엔 ‘고객사’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10.28 07:00 수정 2020.10.27 17:44

분류지원인력 충원, 산재보험 가입 유도 등 대책 마련…한진만 심야배송 중단

CJ대한통운, 이베이코리아‧마켓컬리 등 대형 화주 비중 높아

롯데, 그룹 차원서 온라인 사업 집중 육성…“배송경쟁력 포기 어려운 상황”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최근 택배 3사가 심야배송 중단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놔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심야배송은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유통가에서는 한 발 빠른 배송서비스가 온라인 쇼핑업체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이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2일 3사 중 가장 먼저 대책을 발표한 CJ대한통운은 분류지원인력 3000명을 추가 투입하고 택배기사들의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하는 등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26일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각각 분류지원인력 1000명 투입을 포함해 CJ대한통운과 비슷한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한진은 업계 최초로 내달 1일부터 심야배송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 잇따른 택배노동자 사망사고로 국내 심야배송이 전면 중단 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던 유통업계는 그나마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경쟁사 보다 빠른 배송서비스와 상품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펼쳤던 업계로서는 심야배송 중단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택배 3사의 심야배송 중단 정책이 엇갈린 것도 이 같은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고 택배물량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시대 수혜를 본 몇 안 되는 업종 중 하나가 택배업인 셈이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3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20~30% 가량 증가했다.


국내 택배 3사의 올 상반기 실적 현황.ⓒ각사 분기보고서 국내 택배 3사의 올 상반기 실적 현황.ⓒ각사 분기보고서

이렇다 보니 택배사의 주요 고객사인 이들의 영향력도 덩달아 커진 셈이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경우 옥션, 지마켓 등 이베이코리아의 차별화 서비스인 스마일배송 물량을 위탁 받아 처리하고 있다. 스마일배송은 평일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어 심야배송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마켓컬리의 경우에도 수도권 샛별배송은 자체 배송인력으로 충당하지만 수도권 이외 지방의 경우 CJ대한통운에 위탁하고 있다.


대형 화주들을 다수 보유한 상황이라 심야배송을 포기하기 보다는 인건비 등을 감안하더라고 인력을 늘려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3000명의 분류지원인력 추가 투입으로 연간 증가하는 인건비만 5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각각 1000명을 투입하는 것에 비해 3배 규모다. CJ대한통운에 현재 분류지원인력 1000명이 근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4배로 격차는 더 커진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그룹 차원에서 롯데온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 4월 론칭한 롯데온은 그룹 유통계열사들이 역량을 집중해 2년 간 3조원의 비용을 투자한 핵심 사업이다.


이 때문에 롯데 유통계열사 물량을 대부분 소화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로서는 심야배송을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개별 소비자의 해외직구나 오픈마켓 등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진의 경우에는 심야배송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이나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비해 자금여력이 충분치 못한 상황이라 투자를 통해 업무 강도를 낮추는 것 보다 서비스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진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그룹 주력인 항공업 부진과 경영권 분쟁으로 CJ, 롯데 등 경쟁사에 비해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월엔 2000년 이후 20년 만에 한진이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한진렌터카를 약 600억원에, 6월에는 부산 범일동 부지를 약 3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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