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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위해 중단된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감축 명분 되나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10.27 14:37
수정 2020.10.28 10:09

軍 "국감 내용, 주한미군 감축 시사 아냐"

해외주둔 미군 감축과의 연관성도 부인

"연합훈련 축소·중단 여파로 준비태세 미비

병력 유연성 맞물려 주한미군 감축 명분될 수도"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한국 국방부가 미국 국방부의 '유연한 병력 재배치' 전략과 주한미군의 연계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가운데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독일 주둔 병력 철수 명분으로 유연성을 언급한 데다 훈련중단 등 주한미군과 관련한 누적된 문제들까지 고려할 경우, 재선 시 감축 카드를 실제로 꺼내 들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서 한미 군 당국 간에 어떠한 논의도 없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다"며 "국정감사에 나왔던 언급은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다. SCM(한미안보협의회) 회담에서 참석했던 미 측 고위 당국자도 '주한미군 규모 유지' 문구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 주한미군 감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확인해주었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 직무대리는 미국이 최근 해외주둔 미군 1만2000명을 감축하며 전략적 유연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해외) 주둔미군과 주한미군은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관련성이 없고, 또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주둔미군 철수 발표를 했다고 해서 그걸 곧바로 주한미군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서에서 미국이 "특정 국가에 한해 일정 규모의 병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안보 상황을 고려해 병력 수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관례적으로 포함됐던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진 배경에 대한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미 국방수권법을 언급하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국방부가 '특정 국가에 대한 일정 규모의 미군 병력'이란 표현을 활용한 것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된다.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상시 주둔하고 있는 만큼, 유연한 병력 배치를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적용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 세계 미군 중 유일하게 주한미군만이 한반도 방위라는 단일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배치돼 있다"며 "미국은 단지 하나의 임무만을 위해 헌신하는 군대를 가질 수 없다. 세계의 나머지 미군들은 여러 우발적인 상황에 대해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한반도에 남기를 원한다면 그들(한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을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미 국방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들고나온 배경에는 주한미군 운용 악화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운용 제한 △9·19 남북 군사합의, 지역주민 반발에 따른 훈련부족 등의 여파로 "다른 역내 미군과 비교할 때 준비태세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8월 주한미군 소속 A-10(선더볼트-Ⅱ) 대전차 공격기 6대는 배치 지역인 경기도 평택 오산기지에서 3000여km 떨어진 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에서 훈련을 벌인 바 있다.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 이후 한반도 내 대규모 연합훈련이 중단·축소된 상황에서 훈련과 관련한 지역주민 민원까지 잇따르자 고육지책으로 '원정 훈련'에 나섰다는 평가다.


앞서 미군은 연합훈련 중단·축소 여파로 알래스카 등에서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세드릭 프링글 미 해군 소장은 지난해 9월 미 군사전문지 '밀리터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래스카에서 훈련하는 실질적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한반도에서 모든 훈련이 중단된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매년 네 번 실시하던 훈련이 중단됐기에 우리는 대체할 훈련장을 찾아야 했다. 이곳(알래스카)은 완벽한 환경을 갖췄다"고 말한 바 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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