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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폰 위기극복사, ‘애니콜 신화’부터 최초 폴더블 ‘갤폴드’까지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0.10.28 06:00 수정 2020.10.27 17:39

‘애니콜’ ‘이건희 폰’, 글로벌 1위 토대 마련

‘갤럭시S’, ‘갤노트7’ 위기 딛고 ‘갤폴드’로 우뚝

삼성 휴대폰 브랜드 '애니콜'과 '갤럭시' 로고. ⓒ 삼성전자 삼성 휴대폰 브랜드 '애니콜'과 '갤럭시' 로고. ⓒ 삼성전자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지난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남다른 선구안은 삼성전자를 명실상부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업체로 올려놓았다. 위기는 있었다.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 갤럭시폴드의 내구성 논란으로 신뢰와 명성에 금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절체절명의 위기때마다 이건희 회장이 심어놓은 ‘품질 경영’ 철학으로 극복해냈다. 삼성전자의 시선은 현재를 넘어 폴더블 등 미래를 향하고 있다.

애니콜 ⓒ 삼성전자 애니콜 ⓒ 삼성전자

◆애니콜, 15만대 자체 폐기서 국내 1위로 ‘역전’


“비싼 휴대폰, 고장 나면 누가 사겠나?” “삼성에서 수준 미달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죄악이다. 회사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제품 15만대가 불길에 휩싸였다. 삼성전자 휴대폰(애니콜) 불량률이 11.8%에 달하며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이 회장이 화형식을 지시한 것이다. 제품 규모만 약 150억원치. 이기태 전 삼성전자 무선부문 이사(사장)를 포함한 2000여명의 임직원들은 제 손으로 만든 제품이 불타는 것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임직원들의 불량의식도 함께 불태웠다. 애니콜 화형식을 통해 전 임직원이 뼈를 깎는 교훈을 얻었고, 다시 뭉쳤다. 이같은 노력은 5개월 후 ‘애니콜 신화’로 나타났다. 30% 수준이었던 애니콜의 국내 휴대시장 점유율은 같은해 8월 51.5%를 기록하며 모토로라를 제치고 국내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은 당시 휴대폰 1위인 미국 모토로라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였다. 애니콜의 인기는 삼성 브랜드를 전 세계로 알렸다. 국내 첫 ‘텐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소위 이건희폰(SGH-T100), 벤츠폰으로 유명한 ‘SGH-E700’이 삼성 휴대폰 역사를 새로 써갔다.


갤럭시S ⓒ 삼성전자 갤럭시S ⓒ 삼성전자

◆ 애플 ‘아이폰’과 맞붙다...‘갤럭시S’의 탄생


삼성의 휴대폰 사업은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아이폰은 새로운 UI와 디자인, 새로운 사용 패턴으로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모바일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삼성전자는 발빠르게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08년 첫 아이폰 대항마로 ‘옴니아’를 선보였다. 하지만 느린 속도, PC형 사용자 환경, 킬러 콘텐츠의 부재 등으로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삼성전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로 전략을 수정하고, 애니콜 개발을 통해 쌓은 기술력 등으로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2010년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 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직접 챙겼다.


초반 난항을 겪었으나 예상은 적중했다. 2010년 3월 ‘갤럭시’를 구축하고 첫 모델로 ‘갤럭시S’를 출시했다. 갤럭시S는 출시 다음해 1000만대 판매 돌파를 달성하며 2011년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의 영향력을 대화면 ‘갤럭시노트’, 웨어러블 기기 ‘갤럭시기어’ 등으로 확대하며 모바일 시장을 장악해 나간다.


갤럭시노트7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 삼성전자

◆ ‘배터리 발화’ 갤노트7, ‘완성도’ 재차 강조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으로 휴대폰 사업의 최대 위기를 맞는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7은 홍채인식 등 신기술 적용과 곡면디스플레이 디자인 등으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출시 2주안에 100만대 이상 판매되며 흥행했지만, 국내외에서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제보가 잇따라 나오면서 제품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삼성전자는 문제 제품을 수거해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은 조사 개시 14일만에 긴급 간담회를 열고 갤럭시노트7의 자연발화가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소비자에게 사과했다. 회사는 그동안 생산한 250만대 전량 리콜을 결정한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리콜을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속도전에만 급급한 대가는 혹독했다. 리콜 비용은 1조5000억원에 달했으며, 발화 사건이 발생한 3분기 IM영업이익은 2~3조원대에서 100억원으로 수직낙하했다. 고동진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삼성전자의 소통문화와 품질 및 관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재검토했다. 배터리 안정성 검사 시스템을 다시 도입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품질 검증 재발방지책도 구축했다.


다시 한 번 품질 경영을 바로 잡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는 후속작 ‘갤럭시노트8’에서 통했다. 갤럭시노트8은 국내 사전 판매량 85만대로 당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작 갤노트7 사전 판매량 40만대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글로벌 연간 출하량 역시 1000만대를 넘기며 글로벌 점유 1위 사수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갤럭시Z폴드 ⓒ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 ⓒ 삼성전자

◆ 제품 논란 첫 폴더블, ‘갤럭시Z폴드2’로 대박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폴드’는 결함 논란을 딛고 새로운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회사는 2019년 4월 26일 갤럭시 폴드 미국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순차 출시를 예고했으나, 갤럭시 폴드 제품 리뷰 과정에서 화면 결함 논란이 불거지며 출시를 9월로 연기했다.


화면 보호막 제거에 따른 손상, 스마트폰이 접히는 부분(힌지)이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 힌지와 디스플레이 틈 사이 이물질 유입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갤노트7 발화사건의 교훈을 겪은 삼성전자는 완성도를 높여 그 해 9월 갤럭시폴드를 선보였다. 중국 로욜에 최초 폴더블 타이틀을 빼앗겼으나, 완성도가 떨어진 제품으로 사실상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를 최초 폴더블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갤럭시폴드는 지난해 9월 6일 국내를 시작으로 글로벌에 출시되며 100만대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디스플레이 결함 논란의 불완전한 해결, 원활하지 못한 부품 공급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첫 해 판매량은 40만대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아쉬운 도전은 올해 ‘갤럭시Z폴드2’에서 결실을 봤다. 내구성 논란에 시달렸던 만큼 제품 완성도를 훨씬 높이고, 대화면과 새로운 기능 등으로 갤럭시Z폴드2는 출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230만원대의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한정판 ‘갤럭시Z폴드2 톰 브라운’은 완판 행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갤럭시Z폴드2의 국내 초도물량은 1만대로 전작보다 3배 늘어났다. 글로벌 예상판매량은 50만대에서 80만대로 상향 관측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2와 함께 출시된 ‘갤럭시Z플립 5G’는 폴더블폰 대중화를 앞당길 선봉장으로 전망된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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