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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렇게 악착스러울 수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0.26 09:00 수정 2020.10.26 08:25

이건희 회장 별세에 비틀기 논평

집권당의 권세 자랑 이 지경까지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읽는 기분이 참으로 씁쓸하다. 이렇게 악착스러울 수가 있을까.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고 한국경제 성장의 주춧돌을 놓은 주역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인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한 영욕의 삶이었습니다.”


이건희 회장 별세에 비틀기 논평


‘영욕’이란 ‘영예와 치욕’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별세 당일 집권당의 첫 반응이 꼭 이래야 하는지 그 심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치욕이라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또 뭔가. 업적을 많이 남기긴 했지만 찬사도 받을 만큼 받지 않았느냐는 비틀기 표현으로만 읽히는데 오독인가?


“그의 말대로 삼성은 초일류 기업을 표방했지만, 이를 위한 과정은 때때로 초법적이었습니다. 경영권 세습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한 내부거래,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등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들은 이제,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할 것이라면 적어도 별세 당일엔 논평이든 브리핑이든 내놓지 말 일이었다. 그 어떤 과오가 있었더라도 죽음은 그 모든 걸 거두어간다. 그런데 부고장을 앞에 두고 그처럼 폄훼‧비난하다니….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물을 만큼 묻지 않았는가. ‘부정적 유산’이라고 하는데 그건 그의 ‘긍정적 유산’으로 몇 겹으로 덮고도 남음이 있을 테고.


이 당의 허영 대변인 브리핑을 보면 빚쟁이가 따로 없다. 천붕지통(天崩之痛)을 겪고 있을 상주에게 대뜸 내민 것이 매몰찬 청구서다.


“이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들께 약속했던 ‘새로운 삼성’이 조속히 실현되길 바랍니다.”


라임 자산운용‧옵티머스 자산운용 등의 초대형 펀드 사기사건에 대해서 민주당이 이처럼 준엄하게 나무란 적이 있었던가. 거기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 분개하면서 샅샅이 밝혀내 엄단하라고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요구한 사람도 물론 없었다. 도대체 무슨 낯으로 이 회장의 과오를 묻는가.


예나 지금이나 부자가 남으로부터 좋은 말을 듣기는 어렵다. 성경에서도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이나 같다”고 했다. 부자가 되기까지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을 개연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어놓는다는 점도, 말하자면 부자의 과오이겠다.


아무리 그렇기로 국가 경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당까지 부자 때리는 재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서 될 일인가.


집권당의 권세 자랑 이 지경까지


“국가 경영의 비용은 당신들이 부담하라. 불우 이웃 돕기, 재난 피해자 지원도 당신들의 몫이다. 그렇게 애쓴다고 부자에 대한 국민의 조롱과 비난을 회피할 생각을 말라. 노조의 공격도 물론 당신들이 감당해야 한다. 대신 국민들의 칭찬은 우리 몫으로 놔두라. 함부로 우리 대신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겠다고 나설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후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대변인을 시켜 내놓은 브리핑에 겹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삼성을 세계 초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은 리더의 역량이다. 리더의 아이디어‧비전‧도전정신‧용기‧용인술‧모험심‧결단력‧철학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엄청난 명품이다. 어떤 면에서는 위대한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스스럼없이 ‘예술가’의 칭호를 부여하면서도 이병철‧이건희에게는 인색한 까닭이 뭔가.


2005년 이 회장은 한 대학으로부터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부 학생들이 격렬하게 저지하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학위는 받았지만 학생들은 ”돈으로 산 학위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그 학교의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서 삼성이 건물을 지어준 대가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봤던 듯하다. 교육에 대한 기부는 아름답다. 그런데 이 회장이 되받은 것은 모욕이었다.


그의 신경영 선언과 세계 초일류기업 구상만으로도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회장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삼성의 오늘이 있었을까? 학생들의 도덕적 결벽증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런 행동은 지나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다른 유수의 거대기업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우리 생애에 우리나라가 이런 기업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는,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이들은 우리의 자부심이다. 그리고 경제발전의 견인차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의 어느 누가 삼성만큼 우리에게 자랑을 안긴 적 있었던가.


권력을 배경으로 모든 국민, 모든 기업에 대해 판관‧형리 노릇을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들이 가관이다. 제발 권세 자랑 좀 멈췄으면 좋겠다. 인간적인 순수성을 회복하면 이 시대를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마운 사람들이 넘쳐나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민주당 사람들, 꼭 초상 당일에 그런 논평을 내놔야 했는지 깊이 성찰할 일이다. 비난하기가 그렇게 바쁜가. 앞으로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국가를 경영하는데 삼성의 기여가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삼성을 키워낸 사람들의 공로에 비난보다는 박수를 먼저 보내는 게 인간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도리가 아닐까? 힘 있는 사람들의 교만과 무례에 더 이상 실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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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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