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트루 마더스' 가와세 나오미 감독,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말하다
입력 2020.10.23 00:00
수정 2020.10.22 20:09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일본의 입양 인식, 미성년자 미혼모, 육아 문제를 짚는다.
22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선정작 '트루 마더스'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일본에서 화상으로 취재진의 질의에 답했다.
'트루 마더스'는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중산층 부부 사토코와 키요카즈가 6살 아들 아사토와 함께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자신이 아사토의 친모라고 주장하는 히카리가 등장하며 일상이 흔들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저의 많은 작품들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번에 직접 가지 못해 아쉽다. 인류 전체가 단절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통해 보내고자 하는 나의 빛이 전해진다면 좋겠다"고 '트루마더스'를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이게 된 소감을 밝혔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입양제도를 통해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을 이룰 수 있는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일본에서는 입양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국민들에게 인식이 널리 확산되진 않았다. 일본은 혈통을 이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 아이를 낳지 못하면 결혼을 하기 쉽지가 않다. 최근 젊은 부부들이 불임치료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영화 속 설정이 일본의 사회적 인식,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람의 관계가 혈연이나 혈통에만 의지하지 않는 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메시지는 그 동안 저의 다른 영화에서도 꾸준히 말해왔다. 또 누군가 손을 내밀었을 때, 구원을 받는 생명도 있다는 걸 그리고자 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화도 많고 예민해져있다. 이런 시대에 작품을 보며 단절 너머에 있는 빛, 희망을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트루 마더스'는 일본의 츠지무라 미즈키의 '아침이 온다'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앞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으면 되돌아가 다시 읽을 수 있지만 영화는 시간 축을 따라 전개해 그럴 수가 없다. 캐릭터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앞 인물의 인생을 잊기 쉽다"며 "그런 부분은 편집 과정을 줄이려고 했다. 인간과 인간의 삶에 교차지점을 꿰어가며 중심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하려 노력했다"고 원작을 영화로 만들며 신경 쓴 부분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작품 안에 원래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잃지 않으려고도 했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픽션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어야 했다. 또 등장인물들의 각자 세계가 관객들에게 현실감있게 느껴질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원작과 영화의 제목이 다른 이유에 "프랑스 세일스 컴퍼니 관계자와 국제사회에 배급하기 위한 제목을 상의했다. '쓰리 마더스'란 가제도 나왔는데 너무 설명이 복잡해지는 것 같아 두 사람의 진정한 엄마란 의미를 전달하고자 '트루 마더스'라고 지었다"고 밝혔다.
'트루 마더스'는 엄마가 되면서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는 사토코의 모습을 그리는데, 이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의식을 표현한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지방으로 갈 수록 아직도 여자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사고가 진하게 남아있다. 영화를 프랑스에서 편집하고 있었는데 관계자들이 여자가 왜 일을 그만둬야 하느냐고 놀라다가, 이것이 일본의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라면 조금 더 알고싶다고 하더라"라고 육아를 바라보는 동, 서양의 의식차이를 언급했다.
한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1992년 다큐멘터리 '따뜻한 포옹'으로 데뷔해 1997년 '수자쿠'로 제26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2007년 '너를 보내는 숲'으로 60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