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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출소와 사회격리 논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0.23 07:00 수정 2020.10.20 16:58

성폭력범죄자, 사회로부터 영구히 또는 일정기간 격리 주장

과거 범죄를 기초로 재범 위험성 판단해 사회 격리는 신중하게

최해영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지난 9월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열린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최해영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지난 9월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열린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008년 12월 11일 안산에서 등교하던 여자 초등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해 피해자에게 영구적 장애를 수반한 참담하고도 심각한 피해를 입혀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교도소 수감 중인 조두순이 오는 12월 13일에 출소한다. 당시 어린 여아를 상대로 흉악한 성범죄를 저질러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큰 멍에를 안겼지만, 검사가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낮은 형법을 적용해 기소했고, 또 법원은 술 취한 상태의 범행으로 보아 심신미약을 적용해 비교적 낮은 형을 선고했다며 사회적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조두순을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소위 보호수용법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뜨거웠고, 현재 21대 국회에서도 조두순 출소 후 대책을 포함한 개정 법률안이 14건 이상 제출돼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 법안인 보호수용법은 아동 성폭력범 등에 대해 출소 후에도 사회와 격리돼 보호수용 시설의 관리와 감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범죄 있는 곳에 형벌 있다고, 범죄를 저지른 경우 책임의 한도 내에서 형벌이 부과된다. 그러나 성폭력범죄자에게는 장래에 범행을 저지를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보안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형벌을 과하고 있다. 우리 형사법에는 보호관찰, 치료감호처분,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 신상공개제도, 약물치료 등의 보안처분 제도가 있다. 조두순에 대해서도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병과돼 있다. 비록 형벌과 보안처분은 법 이론적으로는 다르다고 하나, 정작 그것을 부과 받는 입장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치료감호처럼 치료목적상 격리 수용되는 경우는 있어도 대부분 자유가 제한될 뿐 격리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형벌과 여러 보안처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발생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5년을 기준으로 15년이 경과한 2018년에는 성폭력범죄가 3배 가까이 늘고, 더 우려스러운 점은 재범이 60% 이상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보호관찰대상자 재범률은 소폭 낮아졌지만 유독 성폭력 사범의 재범률은 4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성폭력 사범의 재범률은 2015년 4.8%(432명/9010명)에서 지난해 6.9%(611명/8897명)로 4년 동안 2.1%포인트, 상승률로는 43%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심각한 성폭력범죄자에 대해서는 사회로부터 영구히 또는 일정기간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에게도 보호감호제가 있어 형벌 외에 보호감호 선고를 받은 자(피보호감호자)에 대해서는 형벌을 먼저 집행하고 이어 보호감호시설에 수용해 감호·교화하고, 사회복귀에 필요한 직업훈련과 근로를 과할 수 있도록 한 적 있다. 1980년 신군부가 삼청교육대의 교육생을 격리하기 위해 사회보호법을 제정한 것이 그 근거였고, 위헌시비 등으로 2005년도에 폐지됐다. 안타깝게도 이미 확정된 처분에 대해서는 집행을 계속하도록 한 위 법률의 부칙에 따라 현재도 총 16명의 피보호감호자가 교도소에 수용돼 있다.


사실 조두순은 사람을 죽인 적도 있고 강간도 여러 번 저지른 전과 18범의 흉악범이다. 이런 자가 출소해서 내 이웃에 같이 산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조두순 출소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성폭력사건 가해자 석방 관련 피해예방 대책 간담회’에서 “여러 의원들이 조두순 격리법, 보호수용법, 종신형 처벌 같은 강력한 법안들을 발의했다,” “여러 의견을 수렴해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처리하겠다”고 했다.


1970~1980년대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 구타 등이 은밀히 진행된 형제복지원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형제복지원은 훈령을 근거로 설치돼 약3만 8000명의 그들 주장 부랑인들을 수용했던 전국 최대 시설이었다. 그러나 수용자 대부분은 본인 의사에 반해 불법 감금됐고, 강제노역과 구타 등으로 최소 513명이 사망한 사회적, 시대적 아픔이 있는 사건이었다.


이런 역사적 경험과 인권적 측면을 감안할 때, 일정한 범죄자에 대해 이미 저질러진 과거 범죄를 기초로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해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보호수용제를 도입하되 격리에서 치료로 보호수용의 틀을 바꿔 접근하면 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우리사회가 치료를 중심으로 보호수용할 정도의 정치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의심된다. 성범죄자는 상습성이 강하므로 치료를 필요로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고도의 위험성 있는 집단에 한정돼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재사회화에 초점을 맞춰 운영돼야 할 것이다.


조두순과 같은 중하고 상습적인 성범죄자에 대해 무조건적인 격리보다는, 이들을 교화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체계적인 재사회화 시스템을 구동해야 하지 않을까. 소위 ‘사회적응학교’란 것을 기숙형으로 만들어 일정한 자유제한 하에 개방적으로 운영해 점차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한 방편일 것이다.


아울러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국가적 보호와 지원 시스템이 좀 더 완벽하게 정비돼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경감시켜주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

글/서영득 변호사(법무법인 정론)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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