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국 국가채무 급증…대외신인도 악영향 우려”
입력 2020.10.13 11:00
수정 2020.10.13 10:55
국가채무비율 1%p 증가 시 신용등급 0.03단계 하락
정부 2045년 부채 99.6% 예상…유동성 위기 직면
재정준칙안 실효성 확보 급선무…체계적 관리 중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국가 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안 없이 무분별한 지출을 지속할 경우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3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p 증가할 때마다 국가 신용등급이 0.03단계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2045년 국가채무 비율을 최대 99.6%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 38.1% 보다 61.5%p 높은 수치다. 이같은 예상이 현실화 될 경우 국가 신용등급의 2단계 하락 압력이 발생하게 된다.
한경연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단기간에 국가채무가 급증했던 스페인, 아일랜드 등 유럽국가의 신용등급이 3~4년 만에 최고수준에서 투기등급 직전까지 하락했다”며 “최근 우리나라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가 대외신인도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잠재적 마지노선인 40%를 최근 돌파하며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018년까지 GDP대비 36% 수준을 유지하던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1%로 늘어났으며,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정지출이 증가하면서 43.9%까지 상승했다.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 해당 국가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신뢰도 하락 및 해외 투자자금 유출을 초래해 국가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S&P 등 주요 신용평가사가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지표와 함께 재정건전성을 신용등급을 판단하는 주요 요인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성장률 저하 및 실업률 상승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투자확대, 주택구매 지원 등 경기부양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재정정책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재정적자만 누적되면서 2008년 GDP대비 39.4%에 불과했던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12년 85.7%로 4년 만에 2.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은 AAA에서 BBB-로 9단계이나 떨어졌다.
추광호 한경연 호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낮아 괜찮다는 인식이 있는데 재정건전성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라며 “스페인과 아일랜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탄탄했던 재정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고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복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평상시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채무비율의 절대적인 수치뿐만 아니라 증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도 걱정”이라며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복지지출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최근 발표된 재정준칙안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해 국가재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