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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의 발견’ 대조영…미약한 시작, 창대한 끝!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12.03 09:49
수정

윤용현, 김학철, 심은진 아쉬운 퇴장-드라마 클라이맥스 빛내

KBS 대하사극 <대조영>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천문령 전투로 치달으면서 그동안 극을 이끌어왔던 중심인물들이 하나둘씩 최후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지난 2주간 방영분에서 계필사문 역의 윤용현, 흑수돌 역의 김학철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며 브라운관에서 퇴장한데 이어, 지난 2일 방송(대조영 128회)에서는 여장군 금란 역의 심은진이 걸사비우(최철호)를 보호하려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1년 가까이 <대조영>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중심 캐릭터들이다. 때로는 코믹한 감초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거나, 때로는 비장미 넘치는 호연을 통하여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사극에 다채로운 매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

드라마가 막바지에 이르며 앞으로도 대중상, 걸사비우 등 주요 인물들이 연이어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어서 조연들의 ‘화려한 퇴장’이 매주 방영분의 클라이맥스로 떠오르며 눈길을 모으고 있다.

흑수돌은 삼국지의 ‘장비’를 벤치마킹한 호걸형의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다. 겉보기에 단순무식하고 튀는 경향이 있지만, 뒤 끝 없고 화통한데다 정에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흑수돌의 캐릭터는 진지한 이미지가 강했던 의형제 대조영이나 걸사비우와의 캐릭터와는 또 다른 우직한 인간미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전작 <태조왕건>에서도 왕건의 의제 박술희 역할을 맡아 최수종과 의형제 연기를 선보인바 있는 김학철은, 다소 과장된 것 같으면서도 드라마의 리듬감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유의 맛깔스러운 오버연기로 진지한 사극에 윤활유 역할을 담당했다. 계필사문 역의 윤용현과 보여준 극중 ‘만담 콤비’는 무거운 극전개에서 시청자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실과도 같았다.

금란 역할을 연기한 심은진의 재발견도 주목할 만하다. 많은 팬들에게는 인기 여성그룹 베이비복스의 멤버로 널리 알려진 심은진은 자신의 첫 연기데뷔 무대로 흔히 선택할 수 있는 현대극이 아닌 사극을 선택한 것은 물론, 일반적인 여성 캐릭터와 달리 남성들과 동등한 체력적 부담을 감수하며 여장군 역할을 맡아 난이도 있는 액션 연기까지 소화했다.

방영초기 심은진은 부족한 연기력으로 인하여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꾸준한 노력을 통하여 점차 발전하는 모습으로 우려를 신뢰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심은진은 이 작품을 위하여 각종 무술과 승마, 고전무용, 검무 등을 습득하는 등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신인배우나 가수출신 연기자들이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를 통하여 쉬운 길을 걸어가는 것과 대조적으로, 심은진은 낮은 극중 비중과 캐릭터 소화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극을 통해 기본기를 배우는 길을 택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중은 낮았지만 이번의 연기경험이 향후 연기자로서 길을 걸어가려는 심은진에게 큰 자산이 될 전망.

흔히 사극에서는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따로 없다고 한다. 철저하게 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대극이나 미니시리즈와 달리,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이상 이어지는 장대한 규모의 대하사극에는 수많은 출연진들이 등장한다.

이중 드라마 전체를 완주하는 배우들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방대한 역사적 배경과 무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사극은 주인공 혼자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만큼 다양한 등장인물들 간의 조화와 균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극은 연륜이 풍부한 중견 배우들에게는 숨겨진 연기내공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신인배우들에게는 기본기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제작 과정의 연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배우들에게는 그만큼 매력 있는 장르가 바로 사극이기도 하다.

대중상(임혁), 설인귀(이덕화), 걸사비우(최철호), 흑수돌, 계필사문, 금란 등 조연 캐릭터들은 저마다 톡톡 튀는 캐릭터와 분명한 개성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주연급 못지않은 큰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첫 등장은 미약했으나, 떠나는 순간에 있어서는 모두 자신의 마지막 출연 장면을 그 주의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만들며 팬들의 아쉬움 속에 화려한 퇴장에 성공했다.

연말 종영을 앞둔 대조영 후속으로는 또 다른 야심작 <대왕 세종>이 기다리고 있다. 김희선과 닮은 외모로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조연 오연서가 심은진과 같이 깜짝 히트로 떠오를지가 관심사. 팬들의 인기와 사랑을 확인하며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었기에 어쩌면 주연보다 행복한 조연들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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