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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공무원 총살 만행] 파국 맞은 남북관계…대북정책 '올스톱'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입력 2020.09.25 04:00
수정 2020.09.25 08:20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말한 문재인 대통령

4년간 올인한 남북관계, 북한 만행으로 파국

전문가 "짝사랑 끝났다…동력 완전히 상실해"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워 유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나 남북 교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는데, 이번 북한의 만행으로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북하려던 해양수산부 소속 우리 공무원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뒤 유기했다. 피살당한 공무원은 자녀 두 명을 둔 평범한 40대 가장으로 알려졌다. 비무장 민간인이 북한 지역에서 총격으로 피살된 것은 2008년 금강산에서 있었던 고 박왕자 씨 피격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만 엿봐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뒤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잇따랐다. 실제 민주당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태풍 피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 코로나19 방역 협력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해온 정부의 노력은 북한의 엽기적인 만행으로 물거품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에서 밝혔던 '종전 선언'을 포함해 정부 차원에서 논의 중이던 모든 형태의 남북 교류 및 협력 사업은 동력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이미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밥 우드워드의 장성택 시신 전시 폭로 등으로 국내의 반북(反北) 감정이 확산하던 터였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실익 없는 남한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며 "문 정부의 짝사랑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더라도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만행은 문 정부의 굴종적 정책의 결과물"이라며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는 신기루였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고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비춰볼 때 북한은 사과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북한의 만행을 강력 규탄하면서도 남북관계는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자국민이 피살당했는데도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반복되는 서해안 분쟁을 막기 위해 조속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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