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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열풍에 경고카드…안 통하면 규제카드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9.25 06:00 수정 2020.09.24 15:35

금융위 '빚투‧영끌'에 골머리…이례적 투자 주의보 울려

금융사는 신용대출 줄이는데 주식시장 과열 식힐지 주목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시장의 '영끌‧빚투'현상에 공개 경고를 하며 향후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규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자료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시장의 '영끌‧빚투'현상에 공개 경고를 하며 향후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규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자료사진)ⓒ금융위원회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빚투(빚내서 투자)'현상에 금융당국이 첫 공개 경고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장불안이 지속될 경우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리스크를 유념해야 한다"는 투자 경고카드 이후에도 투자과열 양상이 식지 않으면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규제카드를 꺼내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경고 발언'을 보면 시장의 반발 등을 고려한 신중한 메시지로 읽힌다"며 "결국 빚투가 가라앉지 않으면 고소득·고신용자 중심의 신용대출 규제 등을 단행하겠다는 대응수순까지 언급하며 시장에 위험경고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손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무리한 대출을 통한 주식 투자나, 충분한 정보가 전제되지 않은 해외 투자의 리스크에 다시 한번 유념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신용대출 추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가계대출 불안 요인이 지속될 경우 필요한 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관건은 시장의 반응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월 2000억원에 불과했던 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7월 기준 4조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전체 신용대출에서 고소득자(소득 8000만원 이상)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 30.6%에서 올해 6월 35.4%로 늘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와 해외 주식 직구족을 일컫는 '서학개미'의 증가세도 위험수위까지 치닫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규모는 이달 들어 17조원을 넘어섰고, 7월 말 기준 해외주식 보유 잔액은 2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무려 107%나 늘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향후 주가가 하락하면 빚을 많이 진 투자자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SK바이오팜의 공모주 대박을 지켜본 일부 투자자들이 나중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보거나 나스닥시장의 급격한 조정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발생한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위를 비롯한 금융당국은 유례없는 현상에 강력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로 나타나거나, 경고를 투자시그널로 받아들이는 '청개구리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고 메시지를 내는 데에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일단 금융당국은 규제카드를 꺼내기 보다는 금융사의 '자체 관리'에 맡겨두고 시장의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다음 수순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중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구두요청에 따라 즉각 대출 총량관리에 나서면서 신용대출을 크게 조이고 있고,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증권사들도 신용공여한도 적정성 유지를 위해 신규 융자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향후 금융사들의 조치로도 투자열기가 식지 않으면 당국이 직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하향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유동성 장세만 믿고 투자에 뛰어들었다가는 큰 손실로 이어지고,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주셨으면 한다"며 "금융당국이 경고를 하면 '끼어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시장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말해드려야 할지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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