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정치권에 쓴소리 "경제에 눈·귀 닫은 국회…일방통행 안돼"
입력 2020.09.21 18:05
수정 2020.09.21 18:06
상법·공정거래법 등 개정 우려…"기업 의견 듣고 대안 토론해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은 매일 생사절벽에서 발버둥치고 있는데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일방통행식' 경제 입법에 비판했다.
박 회장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을 여야 양당 지도부와 정부가 모두 하겠다고 의사표명부터 해놓은 상태"라며 "기업의 이야기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일사천리로 정치권에서 합의하는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국회에서 추진되는 경제 입법에 대해 전부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방법과 절차 모두에 문제가 있는 만큼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부작용, 대안까지 토론하며 옳은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공정 거래 개선 등 법 개정 취지는 이해하지만 문제의 원인이 되는 동기는 놔둔 채 결과만 갖고 간섭·규제하면 결국 부작용이나 법을 우회하는 방식을 낳게 된다"며 "가급적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감독으로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계에서 수차례 의견을 내고 설득을 하는데도 마이동풍식으로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개정 규정 간 상충 여부, 예상되는 부작용 차단 장치, 법 이전에 규범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슈 등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도 소유, 지배구조나 기업 규모 등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고 어느 한쪽에 집중해 법을 만들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서 가장 합리적인 합치점을 찾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와 기업의 소통을 강조하며 다른 경제단체와 다른 모습을 보였던 박 회장이 이번 간담회에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모두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정치권의 이른바 경제3법 추진을 두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박 회장은 22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를 만나 이같은 의견을 거듭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