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우리가 지켜준다⑤] 되레 악화된 문 정부 남북관계...‘원칙’ 강조하는 국민의힘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9.19 12:00 수정 2020.09.19 10:43

금방 평화 올 것처럼 호도했지만…돌아온 것은 '최악의 남북관계' 평가

박휘락 교수 "꿈속의 대북정책…실체 없는 北약속 믿었던 몽상의 시간"

비판에도 정책 개선 의지 보이지 않아…"정부가 집단사고에 빠져있다"

국민의힘, '원칙' 강조…"남북관계 주도적으로 이끌고 당당하게 나가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5월 26일 오후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후 밝은 표정으로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5월 26일 오후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후 밝은 표정으로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은 UN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되었다(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 지난 2018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오히려 굴종적 대북 외교를 한다는 비난에 휩싸였고, 남북관계는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금방 통일이라도 올 것처럼 호도했던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문이 작성된 지 2년이 됐지만 남북 간 평화는 커녕 공염불만 됐다는 평가가 많다. 남북 합의에 담겼던 적대행위 중단은 지난해 11월 서해 창린도 포 사격 도발과 올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산산조각 났고 남북 철도 연결 및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도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외교관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북한의 원색적 비난이 이어지는데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정부의 행보에 비난이 쏟아진다.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 "겁먹은 개" 등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막말에 가까운 북한의 언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1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꿈속의 대북정책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박 교수는 "국민들이 문 정부의 임기 초반 대북정책에 환호하고 열광했던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대화를 통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이 바탕이 됐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진전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는데 현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며,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2년 동안 아무 실체가 없던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어왔던 몽상의 시간이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같은 날 SNS에 "9·19 남북합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박 교수는 "이행의 핵심은 북한에 있다"며 "실질적으로 비핵화 등의 문제에 있어 북한을 압박하는 정부의 확실한 행보가 보여야 하는데, 약속 이행의 주체인 북한에 어떤 태도도 취하지 못하면서 '반드시'라는 단어를 쓰며 강조해봤자 전혀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지난 16일 판문점을 찾아 "2017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이야기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국민들께서 평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지난 16일 판문점을 찾아 "2017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이야기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국민들께서 평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북정책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은 비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문 정부의 후반기 대북정책을 책임질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대북관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지난 16일 판문점을 찾아 "2017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이야기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국민들께서 평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며 "남북 정상의 역사적 결단과 합의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간 북한의 대남 화력 도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얘기했다는 점은 공허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휘락 교수는 "현 정부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특이한 정부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휴전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됐는데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현 정부의 집단사고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몽상이나 환상을 갖고 대북정책을 펼치니 문제가 제대로 풀릴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박 교수는 "반대편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그저 할 일이 없어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닌 것"이라며 "불통을 벗어나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도 충분히 듣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제1야당' 국민의힘도 이 같은 평가에 발맞춰 원칙 있는 남북관계에 임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유화정책과 협력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국민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입장이다.


주영북한공사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972년 발표된 남북 공동성명 이래 본격화된 남북 교류의 역사를 보면 우리가 당당하게 나갈수록 북한이 먼저 대화를 요구해 왔다는 점을 교훈 삼아야 한다"며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9·19 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느덧 2년이 됐지만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며 "지난 2년동안 남북간 이행된 합의사항은 초반 약 4개월 간 이뤄진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며, 그것도 북한이 환영할 만한 남북간 경제협력 및 남북교류분야에서 이행된 것이 대부분이고 이산가족 문제는 지연되고 있으며 비핵화문제는 협의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남북관계의 역사는 북한의 선의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며 "북한의 선의를 곧이곧대로 믿고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데 집착하기 보다는 비핵화문제를 연계한 '상호주의' 원칙을 통해 진정한 남북관계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