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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검토에서 비핵화 협상까지…'격노'에 담긴 북미 협상 막전막후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9.14 14:06 수정 2020.09.21 10:47

트럼프·김정은 모두 "전쟁에 정말 가까웠다"

美 국방당국, '北 정권교체' 감안한 전략 검토

폼페이오, 김정은 면전서 '비핵화 의지' 물어

하노이 회담 결렬 배경도 공개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미국과 북한이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끝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과 정말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질문에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 정말 가까웠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날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우드워드는 해당 저서에 미 국방 당국이 지난 2017년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김정은 정권' 교체를 상정한 '작전계획 5027(작계5027)'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고 적었다.


당시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했던 미 전략사령부는 북한 공격에 대응해 80개의 핵무기 공격 가능성을 작계5027을 중심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한 이후, 미국이 동해안에서 맞불 성격의 작전을 폈다고도 했다. 당시 빈센트 브룩스 한·미 연합사령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승인을 받아 사거리 186마일(약 299.33km)로 전술미사일을 동해안에 발사했다고 한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해당 미사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화성-14형 발사를 참관한 텐트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계산해 발사됐다고 한다. 미국이 언제든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는 뜻이다. 다만 우드워드는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북한이 파악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우드워드는 또 북한 미사일이 지난 2017년 8월 29일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해 태평양에 떨어졌을 당시, 매티스 장관이 확실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북한 항구를 직접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다만 전면전을 우려해 시행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김정은 "전쟁에 매우 가까웠다"
김정은, 폼페이오에 비핵화 의지 있다고 밝혀


우드워드는 신간에서 북한 역시 미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우리는 (전쟁에) 매우 가까웠다(We were very close)"고 말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고, 국무장관에 지명된 상태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후 한 측근에게 "우리는 그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허세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대면했을 당시 "한국 정부는 당신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우리에게 말했는데, 그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고도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을 찾아 '북한의 비핵화 의사'를 전달한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질문을 던졌다는 뜻이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나는 아버지"라고 운을 떼며 "내 아이들이 남은 평생 핵무기를 짊어지고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의 대답은 예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TV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TV 갈무리
트럼프, 영변 포함 핵시설 5곳 폐기 요구
김정은, "영변이 가장 크다"며 거부


우드워드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 결렬 배경도 공개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5건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자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을 포함한 핵시설 5곳의 폐기를 요구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하나(영변)는 도움이 안 되고 두 개는 도움이 안 된다. 세 개도 도움이 안 되고 네 개도 안 된다. 다섯 개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 위원장이 "영변은 북한에서 가장 큰 (핵시설) 장소"라고 반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갖고 있는 것 중 제일 오래된 것"이라고 맞받았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김 위원장이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거래 성사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노 딜'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북한이 가장 크게 이견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시설은 평양 인근의 강선 핵시설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보다 두 배가량 큰 우라늄농축시설을 강선 지역에서 2010년부터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 2018년 6월 강선 일대 시설을 비밀 핵시설로 지목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보고서를 통해 강선 일대 핵 의심시설에서 지속적으로 차량 이동 등 감지된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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