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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재난지원금 또 못받는 단체티업계…사각지대 놓인 소상공인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0.09.10 17:22 수정 2020.09.10 18:55

박리다매 업종, 마진은 낮은데 매출 높아 배제

2차재난지원금 역시 매출 기준 삼아 해당 안돼

"지원금 지급 기준, 매출 아닌 마진으로 바꿔야"

동대문의 한 의류상가. 대다수 매장이 세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구경하는 손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유준상 기자 동대문의 한 의류상가. 대다수 매장이 세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구경하는 손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유준상 기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코로나19 지원금이 마련되지만 매출에 상한선을 두다 보니 박리다매로 승부하는 단체티업체들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매출은 작지만 마진이 큰 헬스장, 커피숍은 국가적 관심이 모이는데 정작 직격탄을 맞는 우리 업계는 지급 대상에서 밀려나는 현실에 답답할 따름입니다" (박모 씨, 동대문 단체티 판매업자)


"티셔츠 날염은 아무나 할 수 없고 최하 3년 이상은 배워야 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라 코로나가 터졌다고 쉽게 직원을 해고할 수 없습니다. 해고했다가 다시 뽑게 되면 가르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적자를 보며 계속 운영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모 씨, 단체티 날염공장 사장)


단체티셔츠 주문‧제작업계 및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10일 본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토로했다. 단체티 판매업이 흔들리면서 자수공장, 날염공장 등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에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 대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지만 이처럼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단체티셔츠 업계는 학교, 회사, 교회 등에서 단체 주문을 받기 때문에 매출 규모는 높은 반면 사업자 수중에 떨어지는 마진은 10% 이하 수준이다. 대표적인 박리다매 업종에 속한다. 코로나19 피해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수없이 많은 유형의 지원금이 마련돼있지만 심사 기준 대부분이 실질적인 마진이 아니라 매출 규모로 책정되는 까닭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보 취재 결과, 올 초부터 마련된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금은 거의 대부분 매출 상한선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코로나가 한창 성행했던 올 초부터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인 산정 기준을 마련해 일정 매출액 이하 사업장에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했다"면서 "보통 연매출 6000만~2억원 이하로 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자체 예산으로 자영업자생존자금 260억원 규모로 편성해 각 구별로 1‧2차(70만원씩 2회)로 나눠 지급했다. 이외 중소기업자금대출 112억원, 신용보증대상사업 100억원 등도 지급했다. 자영업자생존자금의 지급 조건은 2019년 연간 매출액 2억원 미만, 영업 기간 6개월 미만 사업지는 1억원 미만으로 제한됐다.


정부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역시 매출이 감소한 일반업종을 대상에 넣었지만 2019년 연매출 '4억원 이하'로 제한을 뒀다. 홍남기 부총리는 "모든 분들이 어렵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조금 더 피해가 큰 계층에 조금 더 직접적, 실질적 지원을 드리자는 뜻인 만큼 국민께서 너그럽게 헤아려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단체티 날염기계 ⓒ제보자 단체티 날염기계 ⓒ제보자

정부와 지자체가 매출에 상한을 두면서 단체티업계를 비롯한 박리다매 업종들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처했다. 단체티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파워링크에 등록된 업체만 150개가 넘는다. 동대문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 소상공인까지 합하면 300개 이상이 된다.


유치원, 학교, 회사, 교회 등에 티셔츠를 대량으로 공급하다보니 신청이 한 건만 들어와도 물량이 수백벌 되고 매출액은 수백만원 단위까지 나온다. 이렇다보니 대부분 업체가 정부 매출 상한선 4억원은 손쉽게 넘긴다. 하지만 박리다매 업종 특성상 실제 경영자 손에 떨어지는 마진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연매출 4억원이라 해도 마진은 4000만원 선이다.


단체티 판매업자 박씨는 "백색 라운트티 한 장당 2800원인데 마진은 280원밖에 안 나온다. 200벌을 팔면 매출 50만원이 넘어가지만 마진은 5만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라면서 "이런 구조이다 보니 1년 매출 3~4억원 찍기는 우습지만 직원들 월급도 제때 주기 힘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가 터지면서 단체티 신청 건수가 급감해 이제는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파산 직전에 몰렸다"며 "관할구청에 소상공인 지원자금을 신청해보기도 했지만 매출 상한을 충족하지 못해 지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날염공장 사장 이씨는 "매출 대비 매입이 적은 커피숍이나 헬스장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차량을 리스로 임대해 타고 다니기도 하는데 언론에서 조명해주는 현실이 서럽다"면서 "단체티 업계는 원단값만 해도 벌써 매입이 80~85%에 달한다. 정작 피해를 본 업종은 지원금조차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지원 요건을 매출 규모로 따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매출 대비 순수 마진은 국세청에 들어가서 세금계산서만 떼봐도 다 나온다"며 "정부는 매출이 아닌 실질적으로 수익을 낸 부분을 고려해 지원 업종을 선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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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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