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차기 일본 총리 유력한데…'조기 총선' 카드 만지작대는 이유는?
입력 2020.09.10 14:17
수정 2020.09.14 23:31
고노 방위상 "10월 중 조기총선 가능"
스가, 장기집권 위한 중의원 해산 가능성
일본 국민 과반은 조기 총선 반대
일본 차기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유력해진 가운데 내달 중의원 해산 및 조기 총선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차기 총리 임기가 1년여 남은 상황에서 내년 7월 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일정을 감안하면, 차기 총리가 유력한 스가 장관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노 다로 방위상은 9일 미국 싱크테크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에서 "내주 새 총리가 선출되면 아마도 10월 중 중의원 해산·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장관이 선출돼 '스가 내각'이 출범할 경우, 내달 중 중의원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으며, 총리는 중의원 해산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다.
고노 방위상은 "내년으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생각하면 중의원 해산·총선을 실시하는 시기가 제한된다"며 다음 달에 조기 총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10월 21일에 만료되는 중의원 임기에 맞춰 총선을 치를 경우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일정에 선거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無파벌' 스가…주요 파벌 지지로 총리 유력
조기 총선 통해 '스가파' 구축해 입지 다질 수도
일각에선 스가 장관이 장기 집권을 꾀하기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다 할 파벌이 없는 스가 장관이 1년 단임 총리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미래를 생각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평가다. 스가 장관은 현재 자민당 내 1·2위 파벌 등의 지지를 받아 차기 총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CBS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스가 장관이 권력을 잡으면 일단 정권이 바뀌기 때문에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야당 통합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실체가 없는 상황이다. 총선을 조기에 실시하게 되면 스가 총리를 따르는 국회의원의 수가 많아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기집권에 대한 포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아마도 아베 총리라든지 일본 정치 주류세력은 1년 후에 기시다 정조회장이 총리직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자민당 실세인 니카이 간사장이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당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니카이파(47명) 수장으로 사실상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 여파로 조기 총선 여의치 않을 수도
日 국민 과반 "임기만료 즈음 총선 치러야"
하지만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낼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규 확진자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선거를 공식화할 경우 방역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스가 장관 역시 지난 8일 한 인터뷰에서 중의원 해산 및 조기 총선 가능성에 대해 "코로나19 수습이 최우선"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해산을 논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스가 장관이 앞선 인터뷰에선 "중의원 해산권을 가진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한다고 하면 해산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여러 차례 조기 총선 가능성을 시사해 여지는 남아 있다는 평가다.
한편 다수 일본 국민들은 조기 총선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조사됐다. 교도통신이 지난 8~9일 전국 유권자 10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총선 시점과 관련해 '현 중의원 임기 만료나 그 시점 부근에서 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은 58.4%를 차지했다. 해당 수치는 △가급적 빨리해야 한다(13.2%) △연내 실시(10.1%) △내년 상반기(14.3%)를 모두 합친 수치(37.6%)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