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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현금 쌓는 부자들…10억 넘는 고액예금 2년새 118조 ‘쑥’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0.09.09 06:00 수정 2020.09.08 18:21

불안감에 은행에 예치…예금회전율도 역대 최저

“코로나 재확산에 불확실성↑…돈맥경화 심화”

은행 예금 잔액이 10억원이 넘는 고액 계좌의 잔액이 최근 2년 동안 118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사상 최고치인 6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은행 예금 잔액이 10억원이 넘는 고액 계좌의 잔액이 최근 2년 동안 118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사상 최고치인 6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은행 예금 잔액이 10억원이 넘는 고액 계좌의 잔액이 최근 2년 동안 118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사상 최고치인 6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와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에 고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돈이 시장에 돌지 않고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돈맥경화’ 현상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잔액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등)의 잔액은 671조9610억원으로 2017년 말(499조1890억원) 대비 118조7720억원(23.7%) 증가했다.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예금 잔액도 같은 기간 142조1620억원에서 158조3180억원으로 11.3% 뛰었고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예금도 49조3980억원에서 56조3320억원으로 14.0% 늘었다.


반면 1억원 이하 저축성예금 잔액은 이 기간 420조5310억원에서 458조3620억원으로 37조8310억원(8.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고액계좌 예금이 폭증한 이유는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 규제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자산가들과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피해, 라임펀드 환매 중단 등 사모펀드와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한 예금에 자산을 맡겨두자는 심리가 높아진 점도 예금 증가세를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지난해 글로벌 교역이 둔화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예금에 돈을 넣어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들은 향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단 현금을 쌓아둔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예금 회전율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8.4회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5년 이래 분기별 회전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1987년 1월(17.9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 1분기 최저치에 근접한 셈이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예금 회전율이 낮을수록 가계나 기업이 돈을 인출해 쓰지 않고 은행에 예치한 채로 두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돈의 유통속도를 의미하는 통화승수 지표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잘 드러난다. 통화승수는 광의통화(M2)를 본원통화(중앙은행의 창구를 통해 발행된 돈)로 나눈 것으로 지난 6월 말 현재 14.85로 역대 최저치다. 수치가 낮을수록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얘기다.


통화유통속도 역시 올 1분기 기준 0.64까지 떨어졌다. 한은이 통화량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통화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단위통화가 거래에 사용된 횟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소비나 투자로 돈이 잘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소비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이 커지고 있어 돈맥경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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