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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너무 몰린다"…공모주 과열경쟁 사전 차단 나선 증권사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09.08 06:00 수정 2020.09.08 04:39

미래에셋대우, 청약 시 계좌개설 제한…KB證은 우대고객 자산조건 상향

청약發 예탁금 60조527억원까지↑…고객 쏠림 및 휴면성계좌 예방 차원

증권사들이 최근 과열되고 있는 공모주 청약으로 인한 투자자 불편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 마련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최근 과열되고 있는 공모주 청약으로 인한 투자자 불편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 마련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공모주 청약 과열경쟁으로 발생할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 잇따라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청약기간 동안 계좌 개설을 제한해 투자자 쏠림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고, 우대조건을 상향해 휴면성계좌로의 전환을 방지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이어 최근 발생한 홈페이지 접속지연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다음 달부터 공모주 청약 기간 동안 영업점 창구에서 개설된 계좌에 대한 청약을 금지할 계획이다. 이어 대리인을 통한 비대면·은행다이렉트 개설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일부 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KB증권은 공모주 청약 시 우대받을 수 있는 개인투자자의 조건을 상향했다. 기존에는 전월 말 총자산이 1억원 이상인 고객에게 청약한도의 2배수를 적용했지만, 이를 전월 총자산 평잔 1억원 이상 보유고객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자산기준을 평균치로 보겠다는 건 그만큼 보유하고 있는 금액의 절대 값을 높게 보겠다는 의미다. 우대조건을 적용받기가 까다로워진 셈이다.


증권사들이 공모주 관련 제도 개편에 나선 이유는 최근 청약 시장이 과열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 광풍은 지난 6월 23~24일 동안 SK바이오팜이 323.02대1의 경쟁률과 30조9899억원의 증거금을 끌어 모으며 시작됐다. 당시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2배 가격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유지)'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연령대를 가리지 않은 투자자금이 일시에 집중됐다.


이 같은 광풍은 이번 달 1~2일간 진행된 카카오게임즈에서도 재현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이틀 간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1524.85대1의 경쟁률과 58조5543억원의 증거금을 기록했다. 총 41만7000명에 달하는 투자자가 카카오게임즈 청약을 위해 영업점과 홈페이지(HTS 및 MTS)를 방문하면서 일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과열경쟁이 다음 달에도 되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 가운데 하나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다음 달 5~6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빅히트 엔터 상장의 주관회사를 맡은 미래에셋대우는 계좌 개설 제한 조치를 사전에 실행해 과도한 투자자 쏠림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최근 과열된 공모주에 대한 고객의 일시적인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계좌를 개설해야 청약이 가능하게 만든 조치"라며 "이와 동시에 영업점 내 업무 효율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우려 등을 종합해 계좌 개설 제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대조건을 상향한 건 청약을 위해 일시적으로 유입된 투자자와 함께 발생할 휴면성 계좌를 선제적으로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60조527억원을 기록했던 투자자 예탁금은 3일 만에 47조3964억원으로 21.0%(12조6563억원) 급감했다. 1~2일 간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증거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예탁금이 유입됐다가 빠져나간 것이다.


이처럼 예탁금이 급격히 불어나면 이 돈을 보관하기 위해 주관·인수 증권사의 계좌가 일시적으로 불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후 지속 거래 고객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휴면성증권 계좌로 전환된다. 만약 우대조건을 상향하면 향후 진행될 청약에서 우대받기 위한 고객의 거래가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각 증권사들은 청약 경쟁으로 인한 홈페이지 일시중단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분주한 모양새다. SK바이오팜 청약 당시 주관사로 참여했던 NH투자증권의 홈페이지는 청약 첫날 일시적으로 접속이 지연됐다. 청약물량이 가장 많았던 만큼 투자자들이 일시에 쏠렸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기간 동안에도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투자자가 일시적으로 쏠리면서 홈페이지와 HTS·MTS 접속이 지연됐다. 이에 청약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주식거래 고객도 피해를 입으면서 시스템 증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NH·한투·삼성증권을 비롯한 여러 증권사들은 서버를 증설해 이 같은 오류의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청약 기간 동안 계좌개설을 제한하거나 우대조건에 대한 자산조건을 상향하는 건 단기간에 투자자가 쏠릴 가능성이 있어 발생할 오류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홈페이지 시스템 증설에 대한 업계 공통의 개선책을 마련해 추가적으로 발생할 위험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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