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집값 무섭게 뛰는데, 불 지핀 수도이전은 ‘잠잠’
입력 2020.09.04 06:00
수정 2020.09.03 16:21
정부여당 밀어붙인 ‘수도이전 카드’…예산은 전년과 마찬가지
세종 아파트값, 두달새 3억원 뛰기도…“상승세 계속될 것”
정부여당이 지난 7월 강력하게 밀어붙인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잠잠해진 분위기다. 게다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까지 예상에 한참 못 미치자, 일각에서는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꺼내든 행정수도 이전 카드로 세종시 집값만 한두 달 새 수억원이 올라버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집계 이래 세종시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충청권공동대책위가 행정수도 이전 실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로드맵 마련과 법제화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1일 공개된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행정수도 이전 관련 예산이 설계비 명목으로 1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전년 예산과 동일한 수준으로, 당초 여당은 100억원의 추가 편성을 추진한 바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행정수도 완성이 공론화된 이상 끝을 보겠다”고 강력하게 못을 박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임기간 중)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한 만큼 행정수도 이전 가능성에 대한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서울 수요분산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며 행정수도 이전을 공론화하는 동안, 세종시 집값만 천정부지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정부가 이곳저곳에 집값만 자극한다는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8월 한 달간 9.2%나 급등하며, 세종시 집값 통계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8월까지 누적 상승률을 봐도 34.11%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세종시 ‘새뜸마을11단지’ 전용 98.18㎡는 지난 6월에는 9억9500만원에 거래됐지만, 두 달 후인 8월에는 무려 3억원이 넘게 오른 13억2000만원에 실거래가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의 집값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안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조용해졌지만, 조만간 또 다시 불거질 가능성과 함께 제한된 주택공급 속에서 인구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의 경우 대전 집값 상승세가 영향을 줌과 동시에 입주물량이 감소하면서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여기에 정부에서 수도이전 이슈가 더해지면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기 때문에 이슈는 또 다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게다가 세종시는 꾸준히 인구유입이 이뤄질 것이란 측면도 감안하면 지방의 다른 지역보다는 상승여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