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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도 막힐라 미리 받자”…5대 시중은행 한달 새 4조원 폭증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0.09.02 09:26 수정 2020.09.02 09:26

신용대출 규제 우려에 미리 받는 사람들 증가

대출금리 낮아 주식·부동산 등에 투자 열풍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8월 한달 새 4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모습.(자료사진)ⓒ뉴시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8월 한달 새 4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모습.(자료사진)ⓒ뉴시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8월 한달 새 4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강화 우려에 미리 받아두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20조2043억원) 대비 4조704억원(3.38%)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6월과 7월의 증가폭이 2조8374억원(2.47%), 2조6811억원(2.23%)이라는 점을 비교하면 지난달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한 달 만에 신용대출 잔액이 1조631억원 급증했고 신한은행은 1조520억원 불어났다. 우리은행도 7199억원 늘었고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각각 6095억원, 6310억원씩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신용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받기 어려워지자 신용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예금과 대출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이어진 점도 신용대출 증가세를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은행권에 신용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 신용대출도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사람이 많아진 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주택담보대출은 잘 관리되는 것 같지만 신용대출이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신용대출 성격이 경제 사정 악화 때문인지, 주식투자용인지, 부동산 투자용인지는 알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협회장들에게 돈을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신용대출을 억제하면 상충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폭 확대를 언급하면서 금융회사의 신용대출 규정 준수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 사례가 적발됐을 경우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신용대출의 자금 용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대출 규제 강화를 검토하기 전에 신용대출의 자금 흐름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주식·부동산 시장 거래대금 추이 등 보조지표를 활용해 신용대출 자금 흐름을 살피고 불시에 은행권 현장 검사 등을 통해 은행들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잘 지키고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신용대출 금리도 낮아지면서 일단 받고 보자는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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