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불구속 기소...재계-법조계 "법 절차 및 원칙 훼손"
입력 2020.09.01 14:40
수정 2020.09.01 14:51
검찰, 수심위 권고 불복하고 삼성 관계자 11명 불구속 기소 강행
수사 오류 비판 피하기 위해 증거 없는 무리한 기소 비판 목소리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에도 찬물...글로벌 경영 행보 차질 커져
검찰이 결국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법조계와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검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강행하면서 법과 원칙을 훼손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가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26일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지 두 달여만에 기소 강행을 결정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로서는 기소와 불기소 모두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딜레마적 상황이 기소 강행 결정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불기소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면 지난 1년 7개월동안 진행해 온 수사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자인해야 하는 격이었다. 또 수심위의 권고를 불복하고 기소를 강행하면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딜레마적 상황에 처해 있었다.
결국 검찰의 기소 강행은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자체적인 개혁방안으로 도입한 제도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지난 2018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열린 8차례의 수심위 권고를 모두 수용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기소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기소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6월 검찰이 이 부회장을 두 차례나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에서도 이미 명확히 드러난 것이었다고 강조한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이 수심위의 권고를 불복하면서 무리하게 기소를 강행하면서 법과 원칙이 훼손된 것”이라며 “명확한 증거도 없이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기소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이번 기소 결정이 수심위가 검찰의 보완 수사 도구로 악용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미 수심위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입장과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친 상황에서 검찰이 이를 토대로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기소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앞두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조사를 벌이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종 결정을 위한 보완조사 명목으로 경영·회계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추궁과 압박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검찰이 기소 강행을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해 무리한 조사를 펼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서영득 변호사(법무법인 정론)는 “검찰이 보완조사를 통해 변호인단이 수심위에서 펼친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나 근거를 확보하려고 노력했을 수 있다”며 “수심위가 검찰의 기소 강행을 위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이 결국 이 부회장 기소로 귀결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재확산 조짐과 함께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내외 악재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인한 삼성의 경영 리스크가 커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사업부문별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있는 편이지만 총수가 할 수 있고 해야만 역할은 분명히 있는 것“이라며 ”지난 2018년 180조원과 지난해 133조원 등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 발표나 바이오와 전장,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과 같은 비전 제시는 총수만이 할수 있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가뜩이나 어려워진 기업 경영 환경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명확한 증거도 없이 글로벌 기업인을 기소하면서 사법리스크를 가중시키기는 것이 합당한 결정인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기소로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가중되게 됐다”며 “장기간 재판에 매달리면서 글로벌 기업 총수의 경영 행보가 차질을 빚으면서 발생하는 타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