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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공의, 전임의 빠져나간 병원…'찻잔 속 태풍'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8.28 05:00 수정 2020.08.27 20:24

전국 의사 총파업 둘째날… 선별진료소·응급실 운영 혼란 없어

전공의·전임의 떠난 자리 지키는 의료진 피로도 누적

‘업무 복귀’ 명령에는 파업 참여 의사들 반발 거세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파업 피켓을 든 의사 앞으로 응급환자가 지나고 있다. ⓒ데일리안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파업 피켓을 든 의사 앞으로 응급환자가 지나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 26일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 동네 의원까지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으로 업무에서 손을 뗐다. 파업 이틀째인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가보니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해둔 덕분인지 그리 혼란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서울대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은 15분 내외의 짧은 대기시간을 거쳐 검사를 마쳤다. 병원 관계자들은 문진표 작성, 체온 체크, QR코드 확인 등의 과정을 거쳐서 병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했다.


파업 전에 대부분의 수술 스케줄과 진료 일정을 변경했기 때문인지 병원 내부는 크게 붐비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한 시민은 "의사들이 파업한다는 걸 모를 정도로 불편함은 못 느꼈다"면서 "병원 입구에서 의사선생님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걸 보고 '아 파업을 하는구나' 하고 알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A씨는 "전공의와 전임의를 합해 800명 정도 파업에 들어간 상태인데 수술 일정을 미리 조정해놨기 때문에 환자들이 느끼는 혼란은 적은 것 같다"면서 "다만 교수님들이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인력 부족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강북삼성병원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겉보기에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외래진료나 응급실이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 ⓒ데일리안 이날 오후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강북삼성병원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겉보기에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외래진료나 응급실이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 ⓒ데일리안

이날 오후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강북삼성병원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겉보기에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외래진료와 응급실이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 다만 집단휴진이 계속되면서 진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부족해 수술 일정이 미뤄지는 등 환자들의 불편이 속출하기도 했다.


자궁암 3기 판정을 받은 김모(58)씨는 최근 수술 일정이 늦춰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한 다음 전이된 암에 대한 항암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수술 일정이 미뤄지니 불안하다"면서 "파업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사가 가운을 벗어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사가 가운을 벗어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편, 정부는 26일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내 수련병원 95곳에 속한 전공의,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27일엔 응급실과 중환자실 인력 358명에 대한 개별 명령서를 발부했다.


응급실은 조사 당일 1시간 이내, 중환자실은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진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명령한 뒤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 이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확인서를 징구하고 고발 또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업무개시 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면허 정지 또는 취소와 같은 행정처분도 가능하다.


이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제5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같은날 전국 79개 병원 전임의들도 단체로 사직서를 내기로 했다.


전국전임의일동은 성명을 내고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의 의료체계가 망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이번 정부의 정책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함을 결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전임의들은 "파업이 시작된 첫날부터 오늘까지 단 한번도 코로나 진료를 포함한 필수 진료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면서 "정부는 마치 저희들을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불법시위를 저지르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협상을 하지 않으려 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무분별한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공권력을 남용하며 저희들을 겁박하고 있다며서 정부가 강경 대응을 멈추고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즉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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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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