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기획┃늪에 빠진 지상파②] 매출 줄고 영향력 하향세…과거 DB 활용 등 '고민'
입력 2020.08.27 00:01
수정 2020.08.26 23:35
‘지상파의 위기’. 수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최근 1~2년 사이 그 정도가 심해졌다. 지상파 내부에서조차 단순한 ‘위기’가 아닌, 방송사 존폐까지 언급되는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케이블, 종편에 이어 IPTV,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등 스트리밍 플랫폼 때문이다.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지난해 전체 방송사업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17조6702억원이다. IPTV, PP, 콘텐츠플랫폼(CP)은 매출이 일제히 증가한 반면 지상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IPTV는 4208억원 증가한 3조 8566억원이고, PP는 2447억원 증가한 7조 849억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상파는 2797억원 감소한 3조 5168억원이었다. IPTV 매출이 지상파 매출을 뛰어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상파 광고시장 감소세는 2010년부터 지속됐다. 방송사업매출 전체의 66.3%를 차지했던 지상파 광고매출 비중은 10년 새 36.7%로 반 가까이 줄었다. PP는 같은 기간 29.5%에서 52.9%로 증가했다.
이는 제작비 상황에서도 드러났다. 2019년 방송사업자 프로그램 제작비는 2018년보다 1140억원 증가한 4조 9037억원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영역별로 보면 PP는 1678억(9.2%) 증가한 1조 997억원인데, 지상파는 731억(2.6%) 줄인 2조 7564억원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지상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생겨난 흐름”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지상파가 가지고 있는 교양, 보도, 라디오, 드라마, 예능에서 좋은 콘텐츠를 고민하고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가 제 역할을 못하니 방송국 간의 균열이 깨지고 콘텐츠 편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당연히 낮아졌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한국 방송 산업의 위기와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박정훈 SBS 사장은 “국민에게 사랑받았던 콘텐츠들이 이제는 냉소와 무관심 속에 있고,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지상파 위기는 지난 10년 결과물”이라며 “지상파와 공영방송이 스스로 상대적 안정성이라는 버블에 안주했고 시민, 이용자와 직접 응대하기보다 상층의 정치적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가 대중과 멀어진 점을 비판한 것이다.
지상파가 위기감을 타개하려는 모습은 곳곳에서 보인다. MBC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카오M과 손잡았다. MBC 내부에서는 이번 MOU를 통해 수익 창출의 기대가 크다. 카카오M에 콘텐츠가 제공되면 콘텐츠 제공료, 광고 등의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박성제 MBC 사장이 “MBC를 공영방송 범주 안에 넣고 수신료와 같은 공적 재원을 받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사장이 직접 나서 MBC를 공영방송으로 규정하고 수신료 지원을 촉구한 건 이례적이다.
유튜브 활용도 늘어가고 있다. 지난 해부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음악방송 KBS ‘가요톱텐’, SBS ‘인기가요’ 스트리밍해 ‘탑골공원’을 유행시킨 것을 시작으로, KBS는 ‘옛날티비:KBS Archive'를 통해 70년~90년대에 방영했던 드라마, 예능, 만화영화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MBC는 ‘오분순삭’이란 채널을 만들어 ‘god 육아일기’, ‘무릎팍 도사’,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우리 결혼했어요’ 등 인기 있었던 예능 프로그램을 10분짜리 콘텐츠로 만들어 서비스한다. 또 최근 유행인 ‘댓글 모음집’을 착안핸 ‘댓무새’로 재미있는 댓글을 보며 예능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편집해 올리고 있다.
SBS는 모바일 브랜드 ‘모비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제시의 쇼!터뷰’, ‘혼드리’, ‘초아웨이의 입어보그’, ‘고막메이트’ 등으로 5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연반인’이라는 말을 탄생시키며 제제가 연출 및 진행을 맡아 여러 아티스트들과 토크를 나누는 ‘문명특급’은 트렌드에 발맞춘 콘셉트로 많은 78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