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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늪에 빠진 지상파①] 방송 소재는 베끼고, 스타‧작가‧PD는 뺏기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08.26 09:23
수정 2020.08.27 10:55

ⓒKBS, MBC, SBS

“지상파에서는 일주일에 드라마 대본 한 번 보기 쉽지 않다”


한 지상파 PD의 말이다. 드라마 대본들이 KBS, MBC, SBS가 아닌 tvN, JTBC로 몰려 검토 할 대본의 양이 크게 줄었음을 한탄했다. 배우들은 물론, 스타급 연예인, PD, 작가까지 tvN, JTBC 등으로 이탈하며 자연스레 지상파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기를 얻은 드라마인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슬기로운 의사생활’, ‘방법’ 등은 모두 케이블과 종편에서 방송됐다. 지상파에서는 유일하게 SBS ‘스토브리그’가 최고 시청률 19.1%(닐슨코리아), ‘낭만닥터2’가 27.1%로 웃었을 뿐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지상파 드라마의 부진을 표현 범위의 제약과 제작비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런 지상파의 약점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케이블과 종편으로 PD와 작가들이 눈을 돌리게 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작가와 PD들을 따라서 스타급 연예인들도 자연스럽게 케이블과 종편을 향했다. 매니지먼트사들 입장에서도 제작비가 많이 투입돼 개런티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쪽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는 한계가 있다.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소재와 표현이 제약이 가장 큰 이유 같다. 배우나 제작자도 내 작품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케이블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이렇게 시장이 돌아가는 이유는 제작비 손해가 덜 나니까 가는 것이 아니겠나. 제작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덜한 쪽을 택한다. 대본이 다 케이블과 종편으로 가니 지상파는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 더 이상 시청자가 채널을 KBS로 고정시키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가끔 ‘열혈사제’, ‘동백꽃 필 무렵’같은 히트작 하나가 나오는데,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제작비 투입이 케이블이 훨씬 크니 촬영할 수 있는 범위나 설정도 넓어지고 배우 입장에서도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원한다.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의 제안이 함께 들어온다면 굳이 지상파를 가진 않을 것 같다. 예전에는 지상파에 톱배우들이 출연하고 케이블, 종편에 대세가 출연했다면 지금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라고 전했다.


드라마 뿐 아니다 예능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TV 조선 '내일을 향해-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으로 송가인, 임영웅이란 스타를 배출하면서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키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트로트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고민 없이 쏟아지고 있다. MBC가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 이어 '최애엔터테인먼트'를 현재 방송 중이고 SBS도 '트롯신이 떴다' '내게 ON 트롯'을 방영 중이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KBS는 ‘트롯 전국체전’을 11월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MBC는 '트로트 민족'을 하반기에 선보인다. 같은 시즌, 트로트와 트로트 스타를 뽑는 일반인 서바이벌이란 코드가 겹쳐, 시청자 쏠림 현상이 우려되지만 두 방송국은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일반인 진주'를 찾기 위해 강행하고 있다. 지상파가 종편의 히트 소재를 겨우겨우 비슷하게 베끼면서 뒷북을 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트로트 열풍은 10년 전 엠넷 오디션 ‘슈퍼스타K’가 히트 친 후 MBC '위대한 탄생', SBS 'K팝 스타'가 생겨났던 때를 떠오르게 한다. 지금과 다른 점은 종편과 케이블이 바뀐 정도다.


당시 각 방송마다 차별점을 강조했지만 일반인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기획 아래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은 많지 않았다. MBC '위대한 탄생'은 시즌3, 'K팝스타'는 시즌6까지 선보였지만 결국 '슈퍼스타K'를 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나름의 화제성을 가졌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역시 ‘슈퍼스타K’의 아류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영역이라고 우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뉴스 역시 한때 JTBC에 지상파 3사가 모두 밀렸다. 2019년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가장 즐겨보는 뉴스채널’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기준으로 JTBC가 1위(16%), KBS가 2위(15%)를 차지했다. JTBC는 2013년 당시 1%에 그쳤지만 손석희 사장이 메인 뉴스를 진행하며 2017년 1분기 44%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시청자가 제일 선호하는 보도채널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었다.


교양 역시 JTBC ‘차이나는 클라스’나 tvN ‘Shift’ ‘어쩌다 어른’ ‘책 읽어드립니다’ 등이 지상파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오히려 최근 KBS1 ‘쌤과 함께’는 ‘차이나는 클라스’ 아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S가 '시사직격', '더 라이브', '시사기획 창', '저널리즘 토크쇼', '생방송 심야토론, '제보자들' MBC가 'PD 수첩', '서프라이즈', '실화탐사대', 'MBC 스페셜', '출발 비디오 여행', SBS '특집 다큐멘터리', '모닝와이드', '좋은 아침', '생방송 투데이', '궁금한 이야기, '그것이 알고싶다'를 끌어가고 있지만 '그것이 알고싶다' 외 특별히 화제성을 갖춘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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