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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방송계 성인지 감수성②] “너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니?”

부수정 기자
입력 2020.08.21 00:01 수정 2020.08.20 22:34

제작 현장 성인지 감수성 결여…"의견 내기 힘들어"

'편의점 샛별이' 방송캡처

"방송계에서 일하면서 젠더 의식이 떨어진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이렇다 보니 '여혐'을 조장하는 미디어가 생겨납니다. ‘민폐녀’를 만들기도 하고요."


방송 작가 A씨의 말이다. 방송계 종사자들은 현장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A씨는 "남자 스태프들에겐 '훈훈하다'라는 말을 하지만 여성 스태프한테는 '성괴', '강남미인'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녀 스태프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방송 작가 B씨는 "몇 년 전에 한 남성 출연자가 내가 입은 옷을 언급하며 자기 보여주려고 이렇게 입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당시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외모나 옷 등 외적인 부분을 언급하면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상대방의 발언에 대해 "그건 아니다"라고 짚었을 때 돌아오는 건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니", "특이하고 촌스럽다"는 말이다. B씨는 "내 의견을 펼칠 때도 여성 작가는 '드세다', '공격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환경에 질려서 업계를 떠나는 젊은 작가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프리랜서인 작가 입장에서는 부당한 상황에 대한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예민하다는 평가를 듣기 싫어서 오늘도, 내일도 참는다. B씨는 "성인지 감수성 문제는 오랫동안 굳어졌다. 성차별적 발언도 다들 무심코 말을 뱉는다. 업계가 좁고, 평판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서지도 못하고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성폭력 의혹' 김건모 '미우새' 방송 캡처

지상파에서 일하는 PD C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여성 PD가 저지른 작은 실수를 필요 이상으로 가십거리로 삼거나, 열심히 하는 여성 PD를 향해 "독하다", "샘이 많다", "욕심이 많다"는 식으로 폄하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문제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런 상황에 무뎌졌다. C씨는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성인지 감수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제작 현장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구시대적인 편"이라고 고백했다.


또 다른 PD D씨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문제는 방송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고 꼬집었다. "권력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D씨는 "자신이 권력을 쥐었다는 이유로 자기와 동등하거나 위에 있는 여성을 '독하다'는 말로 폄하하고, 자기보다 지위가 낮으면 '성적인 대상'으로 평가한다. 이는 모든 전문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나운서 E씨는 "회의 때 여성 직원들은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여성 아나운서에 대해 기대하는 바도 남성 아나운서와는 다르다. 외모에 치중하며 화사하고, 화려한 모습을 강조하려고 한다. 남녀에 대한 기대치가 왜 달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기가 세다', '태도가 부드럽지 않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동료들과도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하지만 의견이 제각각 이고, 내가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 이상한 사람이 돼서 나서기 힘들다"라며 "시청자와 제작진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도 튀는 행동을 하면 선택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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