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사과' 꺼낸 통합당, 지금이 적기라 판단한 이유는
입력 2020.08.13 00:04
수정 2020.08.13 05:07
통합당, 당 지도부 차원 탄핵 문제 공식 사과 검토
국민 통합 행보·지지율 상승세 등 사과 적기 평가
"당 새롭게 단장하는 지금이 탄핵 문제 매듭지을 때"
미래통합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 사과에 나설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3년이 넘도록 이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고 넘어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통합당이 지금 시점에서 공식 사과를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당 지도부 차원의 공개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하고 구체적인 시기와 적절한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꺼낸 '탄핵 사과' 카드는 4·15 총선 패배 이후 당의 전면적인 쇄신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민 통합 행보'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통합당이 자체 제작한 4·15 총선 백서에서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의 부재'가 꼽혔을 만큼, 탄핵 문제에 대한 애매모호한 접근으로 인해 중도층 흡수에 실패했던 과오에서 벗어나 확실한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우여곡절 끝에 이뤄냈던 보수통합은 그만큼 불완전성을 함유하고 있었다. 당시 지도부가 어떤 방향이든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어렵사리 만들었던 통합을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담보했던 것"이라며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실패한 전략으로 드러난 것 아닌가. 당을 새롭게 재단장하는 지금 시점이 탄핵 문제를 매듭지을 적기"라고 언급했다.
통합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최근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탄핵 문제를 해결할 적기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통합당의 지지율은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잇따른 여권 발 악재와 국민 통합 행보·대안 정책 제시를 위주로 한 대여투쟁에 대한 국민적 호평이 맞물린 덕분이다. 과거의 과오에 대해 확실하게 반성하고 넘어가는 겸손한 자세를 통해 사과의 효과를 배가시키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평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통합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성향을 중도라고 느끼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탄핵 사과 카드는) 김종인 위원장이 잘 생각했다고 본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을 통합당을 향해 오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 또한 같은 견해를 내놨다. 그는 통화에서 "최근 통합당의 지지율이 상승,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은 달리 말해 중도 성향 지지층이 문재인 정부의 대안으로 통합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과거 지지율이 저조할 당시의 사과와 현 시점의 사과는 유권자들이 받아들이기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탄핵에 대한 사과가 최근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사면 요구에 있어 일정 부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지금까지의 통합당에게 탄핵 사과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껄끄러운 이슈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40개월째의 수감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지금 시점에선 "사과나 반성은 하지 않고 사면만 요구한다"는 비판 여론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최근 우리 당이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국민에 민감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면서도 "다만 탄핵 자체의 유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닌, 유연성을 담보한 사면 요구는 보다 더 국민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