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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유튜브, ‘해체’된 아이돌까지 살리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8.11 13:30
수정 2020.08.11 10:17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유튜브의 영향력이 문화예술계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유튜브를 활용하는 집단은 가요계다. 간단한 무대 영상부터 라이브 방송,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 등 다양한 형식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데, 웬만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보다 높은 화제성이 증명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유튜브 마케팅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아이돌그룹의 멤버나 그들의 소속사가 채널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그렇지만, 인기 채널을 통한 홍보에도 열을 올린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이돌그룹은 물론, 이미 해체되었거나 활동이 뜸한 가수들을 현재로 소환해낼 정도의 화력을 보여주면서 사실상 대중문화를 유튜브가 이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가요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밈’(Meme) 현상도 유튜브가 시작이었다. 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하면서 일종의 놀이 문화로 정착한 것인데, 이런 트렌드를 주도한 건 SBS 유튜브 채널 ‘스브스 뉴스-문명특급’(이하 ‘문명특급’)의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이다. 신드롬급의 인기를 끌고 있는 비의 ‘깡’과 유키스의 ‘만만하니’ ‘시끄러’, 틴탑의 ‘향수 뿌리지 마’ ‘미치겠어’, 제국의아이들의 ‘후유증’ ‘마젤토브’ 등이 이 채널을 통해 재조명된 곡들이다.


그 당시엔 유치했던 가사와 우스꽝스러운 춤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 때문에 ‘숨어서 듣는 명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채널을 통해 과거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과거의 아이돌 무대 영상에 달린 재미있는 댓글을 모아 붙인 ‘레전드 댓글모음’이라는 놀이까지 만들어냈다.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사실상 해체한 제국의아이들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그룹’이라는 말이 따라붙을 정도로 그룹으로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내로라하는 프로듀서들도 살리지 못했던 이 그룹을 살린 것도 유튜브인 셈이다.


ⓒMBC

멤버 광희는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후유증’이 역주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요즘 많은 분들이 난리다. 사람들이 좀 이상한 것 같다. 활동 할 때는 관심도 없더니 지금 와서 9명이 같이 활동해 달라고 한다”면서 “9명이 어떻게 모이겠냐. 그리고 막상 모이면 한 일주일 정도 관심을 가져주고 금방 시들해진다”고 말했다.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유키스 수현도 방송 출연 이후 제26회 드림콘서트 ‘커넥트:디’(CONNECT:D)의 레드카펫 MC를 맡았고, 다수 매체의 인터뷰 요청도 받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수현OPPA’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얻었다.


사실 ‘밈 현상’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생긴 온라인 문화의 확장 효과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생겨났고, 활동 중인 아이돌을 넘어 이미 해체된, 활동이 뜸한 가수들의 수년 전 콘텐츠까지 뻗어나간 것으로 관측된다.


광희의 발언대로 이런 현상을 “잠깐 스쳐가는 놀이”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한 조사 결과를 봤다. 올해 한 그룹의 팬덤 유입이 이전보다 몇 배 이상이 증가했는데, 그 통로가 유튜브였다. 그중에서도 ‘문명특급’을 통해 유입된 팬들이 많았다. 그래서 본사도 해당 채널에 소속 아티스트를 출연시키기 위해 접촉했고, 출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이의 형태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활용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목을 받은 이후가 더 중요하다. 대중의 주목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건 본인들의 몫이다. 소속사 차원에서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개인 채널을 만들거나, 방송 활동을 통해 이를 언급하는 등의 마케팅 방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돌그룹이 속한 한 기획사 관계자는 “팬들이 그룹들을 ‘문명특급’에 출연시켜 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 “과거엔 아이돌그룹을 홍보하는 통로가 음악방송, 예능 등 TV프로그램이었다면, 지금은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오히려 유튜브를 통한 홍보가 더 큰 파급력을 보인다. 그렇다고 TV를 아주 버리고 갈 순 없지만, 사실상 주도적으로 유행을 이끌던 TV가 그 역할을 상실한 셈”이라고 짚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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