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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의 참견] 문대통령, 부동산 대책 '사과' 안 하실 건가요?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0.08.11 07:00 수정 2020.08.10 20:54

집값 올랐는데 文은 "안정화"…"현실감각 無" 비판

사과 대신 '정치권·언론탓'…"갈등 부추기지 말라"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정책 기조 변화 약속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면서도, 가장 듣기 힘든 단어가 있다. 바로 '사과'다. 사과는 논란에 대한 '인정'으로, 정치인들의 거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정치인이 '유감스럽다' '송구하다' 등으로 사과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사과에 인색했던 역대 대통령과 다른 행보를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도 그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6·17 부동산 정책을 시작으로 폭발한 '부동산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수차례 정책을 수정보완했지만, 공교롭게도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10일 "이번에 제도가 적지 않게 변화되면서 국민들께서 불안이 크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근데 그 뿐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불로소득 환수 세제 개혁, 임차인 권리 강화 등 4대 방향의 정책 패키지 '덕분에'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남 얘기하듯 말하는 방식, 즉 자신과 아무 연관이 없는 이야기인양 말하는 것을 시중에선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이 화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문 대통령도 그 중 한 명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또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이 23차례나 발표됐지만 집값은 물론 전월세 값도 잡지 못했다. 현실 감각이 없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화자찬이 아닌 부동산 정책 혼선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했어야 했다. 정책 실패 인정과 부동산 정책 기조의 변화를 약속했어야 했다. 부동산 논란 등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청와대 참모 6인에 대해서도, 민심 이반의 실질적 책임이 있는 인사들의 경질을 언급했어야 했다. 이 대신 문 대통령은 '정치권 탓' '언론 탓'을 했다. "주택보유자와 무주택자,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지말라"고 했다.


통상 정가에서는 대통령 임기 4년차부터 하산길에 들어섰다고 표현된다. 그만큼 대통령이 아닌 당과 차기 주자에 대한 원심력이 커진다는 말이다. 본래 오르막길은 갈수록 속도가 느려지고, 내리막길은 갈수록 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당시 집권 후반기를 하산에 비유하는 것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여론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레임덕 없는 대통령' 타이틀은 잊혀진 지 오래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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