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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에 기운다?…군사·경제 분야서 잇단 '노란불'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8.04 14:09 수정 2020.08.05 13:33

美, 韓日 무역분쟁서 사실상 日 손 들어줘

군사분야 핵심 협력국으로 韓 언급 안 해

방위비 협상대표도 '일본통'으로 교체

(오른쪽부터)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자료사진). ⓒ AP/뉴시스 (오른쪽부터)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자료사진). ⓒ AP/뉴시스

미국이 군사·경제 분야에서 잇따라 일본에 기울어 있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전선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미온적 반응을 보여 온 한국보다 적극 호응해온 일본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일 세계무역기구(WTO)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한일 양국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반도체 소재 수출 분쟁과 관련해 사실상 일본 측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WTO가 공개한 회의록 요약본을 보면 지난달 29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분쟁해결기구(DSB) 정례회의에서 미국 대표는 "일본의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국가는 일본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안보 이슈로 주장해온 일본 입장을 사실상 공개 지지한 셈이다.


미국 대표는 지난해 WTO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무역분쟁과 관련해 '안보를 이유로 한 뮤역규제에는 합리적 이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잘못된 판결"이라고 반박하며, 해당 판결 이후 "여러 회원국들이 안보 관련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수입 철강과 중국 화웨이 등에 철퇴를 내려온 만큼, 미국의 이번 입장 발표가 '일본 지지발언'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유럽엽합(EU)‧러시아 등 12개국과 함께 일본 수출규제 관련 패널 심리에 제3국 자격으로 참여할 예정이라 향후 미국 측 주장이 WTO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美, 군사 분야에서도 日과의 협력에 방점
신임 방위비 협상대표, 주일미국대사관 2년여 근무


미국은 군사 분야에서도 일본 중시 태도를 잇따라 내비치고 있다. 앞서 제임스 맥콘빌 미 육군참모총장은 한 화상회의에서 중국과의 경쟁 전략을 펼칠 핵심 협력국으로 일본과 호주, 인도를 꼽았다. 미국이 대중국 군사전략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전략에 적극 동참하지 않아온 한국을 핵심 협력국에서 쏙 빠뜨린 셈이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도 일본통으로 교체했다. 미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대표로 도나 웰턴 주아프가니스탄 차석대석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웰턴 대표는 SMA와 주일미군 주둔경비 분담 특별협정, 이밖에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모든 방위 협력 및 분담금 협상을 맡게 될 예정이다.


예일대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그는 20대 중반에 일본 기업 통역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일본어에 능숙한 그는 이듬해인 1984년, 워싱턴에 있는 미 해외공보처(USIA)에서 공직을 처음 맡았다.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아시아아트 부큐레이터 등을 거쳐 지난 2000년 국무부로 복귀해 일본의 도쿄·나고야·삿포로 등에서 공공외교 업무를 맡았다.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는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정무 담당 공사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관련 새 협상대표를 임명한 것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등과의 방위비 협상까지 포괄적으로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 간 방위비 협상이 장기 교착 국면에 접어든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 등과의 협상까지 고려해 협상대표를 교체했다는 관측이다.


미국, 일본, 인도 3개국이 인도양 벵골만 해역에서 합동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NHK/뉴시스 미국, 일본, 인도 3개국이 인도양 벵골만 해역에서 합동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NHK/뉴시스
"美, 韓보다 日 배려에 치중"
日과 방위비 타결 후 韓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전문가들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이 일본과 더욱 가까워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동북아에서 미일동맹이 중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한미동맹보다) 강력한 장치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며 "한국보다는 일본 배려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 트럼프 임기 말기에 보다 확실해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한미 양국 모두 방위비 협상에서 양보할 여력이 없다며 "미국이 전략 바꿔 일본과 먼저 합의를 이루고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일본통으로 협상대표를 교체한 만큼, 일본 측을 먼저 압박해 타결을 이룬 뒤 한국의 증액을 이끌어내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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