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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배상권고도 불복 수순…또 체면 구긴 금감원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7.28 14:09 수정 2020.07.28 14:10

'키코처럼' 권고 시한 넘겨…판매사 "전액 배상 과해"

"사태 장기화 안된다" 수락 시한 한 차례만 연장키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금융감독원이 라임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돌려주라'는 권고를 내렸지만, 금융사들이 줄줄이 수락여부 결정을 미루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금융권에선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권고안처럼 금융사들이 연장 끝에 거부하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영(令)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 4곳(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은 모두 "권고안을 검토할 기간을 더 달라"며 수락 여부 결정을 줄줄이 미뤘다. 당초 금감원이 권고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제시한 마감 시한은 27일이었다. 금융사들은 사상 초유의 '전액배상' 권고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금감원은 판매사들이 전액 보상안 수락 여부를 두고 신중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답변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는 만큼 금융사의 판단에 끌려 다녀야 하는 처지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은 양 당사자가 수락하는 경우에만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에 금감원은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권고안 수락 기한을 한차례만 연장해주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판매사를 향해 한 달 내에 최종 결정을 하라는 압박이다. 금감원 입장에선 사모펀드 사태를 매듭짓지 못하고 정치‧사회적 이슈로 커지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감원의 권고가 나오면 금융사들이 순순히 받아들였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거부하는 사례가 나오더니 키코‧펀드사태를 기점으로 대범하게 불복해도 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금감원이 과거처럼 저승사자 같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라임 무역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의 결정에 따르지 않더라도 법적소송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분조위에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4건의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금 전액을 반환해주라고 권고했다. 4건의 판매사는 우리은행(650억원), 신한금융투자(425억원), 하나은행(364억원), 미래에셋대우(91억원) 등이다.


현재 4곳 금융사 모두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1일, 우리은행은 지난 24일 각각 이사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미래에셋대우와 신한금투는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표면적으로 "법리적으로도 충분히 검토했고, 판매사들도 수긍할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지만, 판매사들이 권고안을 거부하고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해하는데, 금감원이 100% 물어주라며 힘으로 찍어 누른다고 풀릴 사안이 아니다. 결국 법정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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