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폭로’라는 이름의 또 다른 폭력, 연예계 몸살
입력 2020.07.26 15:00
수정 2020.07.26 09:23
스타들을 향한 폭로성 글들이 온라인상에 하루가 멀다 하고 퍼진다. 이 폭로로 누군가는 활동을 중단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과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혹자는 “하늘 아래 숨길 수 있는 과거는 없다”고 말하면서 과거에 한 잘못이 스타들의 발목을 잡고, 대다수는 이를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익명의 탈을 쓰고 흠집내기식의 루머를 ‘폭로’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최근 아이돌 스타의 학교폭력 의혹을 폭로했다가 이내 글을 삭제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글들이 난무한다. 악의적으로 스타를 끌어내리려는 글을 올린 후 소속사가 강력하게 법적대응을 예고하면 꽁무니를 빼는 모양새다.
앞서 NCT 태용은 학폭 루머에 휩싸인 바 있다. 익명의 네티즌은 졸업앨범, SNS 메시지 등을 인증하면서 태용과 동창생임을 증명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동창생인 것은 맞지만, 이 주장은 왜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태용은 물론 그의 가족에게까지 사생활 침해, 인격 모독, 명예 훼손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비슷한 예로 SF9의 다원의 학폭 논란도 있었다. SNS에 다원에게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한 네티즌의 글이 빠르게 퍼지면서 논란을 키웠지만, 사실 확인 결과 다원 역시 태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왜곡된 주장으로 인한 ‘거짓’ 폭로였음이 밝혀졌다. 이 폭로자는 자신이 남겼던 글을 삭제하고 SNS 계정까지 없애면서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걸그룹 에이프릴 이나은의 초등생 동창이며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네티즌 역시 소속사의 강경 대응 입장에 스스로 자필 사과문을 남기고 폭로글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시인했다.
학교 폭력 외에도 루머의 형태는 다양하다. 최근 AOA 설현은 4년 전 방송에서 시작된 ‘태국 호텔 담배 소동’의 주인공이 됐고, 그룹 에이핑크 오하영, 트와이스 지효와 미나, 구구단 세정과 나영 등이 속한 여자 축구 동아리 FC루머도 남자 축구 동아리와의 친목 도모를 위해 모인 팀이라는 의혹을 샀다. 결국 이들은 소속사, 혹은 스스로 SNS에 글을 올리면서 해명을 해야 했다. 또 배우 박수인도 일명 ‘골프장 갑질 여배우’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인데, 박수인은 “캐디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면서 억울함을 내비쳤다.
이 사안들의 경우 진위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소문을 퍼뜨리면서 논란이 커진 케이스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폭로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마땅히 가해자의 사과를 받는다. 어렵게 낸 목소리인 만큼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악용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내세우는 식의 행동은 오히려 진짜 피해자의 목소리마저 힘을 잃게 한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글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꾸민 채 무차별적인 스타 흠집내기 식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미투가 이어졌을 때도 ‘거짓 미투’가 등장하면서 혼란을 줬던 것처럼, 최근 스타들의 과거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온라인에 퍼뜨리는 일들이 잦다”면서 “소속사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아티스트 본인과 그의 지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우선인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들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정신적인 충격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되는 현실”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폭로글의 진위를 확인하는 건 매우 어렵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아티스트의 말을 믿으면서도 혹여 사실로 드러날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 온라인을 통해 거짓 폭로가 성행하는데 이는 정말 힘들게 폭로성 글을 올리는 이들의 진정성까지 깎아 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부디 한 스타를 흠집내기 위한 악의적인 폭로를 멈춰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