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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개편 초읽기③] 해외 감독체계 살펴보니 "독립성 주되 철저히 관리"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7.23 06:00 수정 2020.07.22 21:26

'금융위 해체론‧금감원 분리론' 국제기준 부합…"국내 특성 감안해야"

"독립성‧전문성 확보가 개편 방향…정치권주도 포퓰리즘식 개편 안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주요 선진국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각기 다른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더라도 정부나 중앙은행의 관주요 선진국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각기 다른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더라도 정부나 중앙은행의 관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즉, 금융정책은 정부가 금융감독은 독립된 기구가 수행하는 것이 금융감독체계의 '글로벌 스텐다드'다.


한국의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원회가 감독정책을 담당하고 금융감독원이 검사를 집행하는 '수직적인 이원 구조'다. 학계에선 선진국의 금융시스템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체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독일은 연방금융감독원(BaFin)이 전 금융업권의 인허가와 건전성,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검사 권한을 갖고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도 맡는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금융위와 금감원이 통합된 형태인 정부기구 금융청(FSA)이 금융권 전반을 감독·검사한다. 학계에선 일본 감독체계를 "후진적 시스템"으로 꼽고 있다.


반면 영국의 경우 우리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단골로 인용되는 '쌍봉형' 시스템을 갖췄다. 쌍봉형 체계는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구가 양립하는 금융감독 형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학자 시절부터 '쌍봉형 체계'를 주창해왔는데, 정작 금감원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명분 등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영국은 영란은행(BOE)의 내부기구인 건전성감독원(PRA)과 독립법인인 영업행위감독원(FCA)이 각각 건전성과 영업행위를 감독하고 있다. 소비자보호 업무 정책은 FCA가 수립하는데, 실질적인 분쟁 처리는 별도 기구인 금융분쟁옴부즈만(FOS)이 담당한다.


호주는 호주건전성감독원(APRA)과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를 감독기관으로 두고 있다. APRA는 건전성 감독을 맡고, ASIC는 영업행위 감독과 함께 금융소비자 분쟁을 해결하는 기구인 금융분쟁옴부즈만(FOS)을 감독한다.


미국은 은행, 증권, 보험 등 분야별 감독기구를 두고 이들 기관을 총괄하는 위원회를 두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화감독청(OCC)가 은행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증권을, 주(州)별 정부가 보험을 각각 나눠 감독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보호 업무를 통합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과 각 기구의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두고 있다.


최근 금융권은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개편론과 마주하고 있다. 현행 체계에서는 내부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치권과 업계로부터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세부내용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2008년식 금융감독체계'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만큼 이번 기회에 감독체제를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개편론이 커질수록 조직을 뜯어고쳐야 하는 금융위는 방어적 입장일 수밖에 없다. 실제 금융위는 금감원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통해 일관된 방식으로 관리‧감독을 할 수 있다면서 개편론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개편론을 띄우고 있지만, 자체 개편안을 내놓거나 시간 끌면서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은 물론 국회와 금융위의 논리싸움도 한층 더 팽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당장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경제부처의 틀을 바꾸기에는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보고 있다. 펀드사태에 따른 '외양간 고치기'에 들어가야 할 타이밍이지만, 동시에 코로나19 금융지원에 금융권이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개편론 이슈를 띄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 주도의 개편론에 금융권은 포퓰리즘식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수면위로 떠오르기 직전인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현재 부동산 문제 등에 후순위로 밀려있는데, 청와대에서 한마디를 하면 일사천리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금융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라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아직까지 청와대가 사모펀드 사태를 지적하거나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이와 관련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정치권과 업계의 규제완화 요구는 금융위로 하청이나 로비 형태로 들어갔고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올라갔다"며 "이 중간단계인 금융위를 해체하는 게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방법이다. 금융감독기구는 국회와 정상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정치권으로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금융감독체계 개편 시도가 있었지만 이해당사자인 관료들이 주도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관료들이 관여해서는 올바른 개편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으로 넘겨 명실상부한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가 아닌 독립된 기구가 감독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국제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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