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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⑱] 밴드 데드버튼즈, ‘DIY’ 앨범에 녹인 소리와 메시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7.22 13:15 수정 2020.08.05 15:26

정규 3집 '1' 7월 16일 발매...지난 앨범 이후 3년 만

ⓒ퓨킹아시안레코즈 ⓒ퓨킹아시안레코즈

사이키델릭 펑크록 밴드 데드버튼즈는 기존 2인조에서 3인조, 그리고 최근 새 멤버를 영입해 4인조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지난 16일 발매한 앨범 ‘1’은 2017년 6월 내놓은 정규 2집 ‘래빗’(rabbit) 이후 무려 3년만이다.


단순히 멤버 구성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이번 앨범은 기존의 곡들을 재편곡해 담아냈는데, 이는 밴드에서 멤버 개개인이 맡은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시사하고 있다. 새 멤버들은 기존의 곡들에서 자신이 맡은 악기의 소리를 만져가면서 완성된 데드버튼즈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특히 초창기부터 작사, 작곡, 사운드메이킹을 담당해 온 홍지현은 이번 앨범 제작과정을 통해 사운드 엔지니어와 프로듀서 역할까지 도맡으면서 녹음, 믹싱, 마스터링의 전 과정을 밴드 자체적으로 진행, 제작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데드버튼즈의 ‘DIY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무려 3년 만에 정규 앨범입니다.


마지막 앨범 ‘래빗’(rabbit) 발매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은 저희가 만들고자했던 새로운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멤버 교체, 새로운 파트의 영입 등 밴드 구성에도 큰 변화가 있었고요. 그만큼 합과 사운드적 역할 분담을 효과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시간이 충분히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 이번엔 4인조로 구성원 변화가 있었죠.


처음에 밴드가 2인조로 시작하게 된 계기도 막연히 일반적인 멤버 구성을 따라가는 것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드럼과 기타만으로 할 수 있는 한계를 실험해보고 싶었거든요. 그 후 긴 시간을 두고 계속 사운드를 구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베이스와 건반 멤버를 영입하게 되었죠. 이 또한 충분한 실험과 서로간의 신뢰가 있었기에 순조롭게 진행됐고요.


-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기존의 곡들을 재편곡해서 담았습니다. 이런 구성을 계획한 계기가 있었나요?


오랜만의 앨범이지만, 이 앨범을 내야겠다는 결정을 한지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완성된 두 곡의 싱글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이후에 발매할 신곡으로 이루어진 다른 앨범까지 기획 중이었어요. 그런데 그 전에 악기 구성과 사운드의 변화로 인해 혼란을 빚어온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어요. 지금의 데드버튼즈의 방향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앨범을 온전히 밴드 자체적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그간 발매한 많은 곡들 중에서 곡을 추린 기준은요?


내외적 변화를 겪어오며 가장 지금의 데드버튼즈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재편곡이 완성된 곡들로 구성했습니다. 지금의 멤버 구성을 갖춘 후 라이브 공연을 통해 탄탄하게 다져진 곡들이기도 하고요.


- 기존의 곡을 재편곡한다는 것은 매우 예민한 작업일 것 같아요.


지원: 전반적인 프로듀싱을 맡은 홍지현 군의 디렉션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제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욕심도 버릴 수는 없었어요. 하하. 평소에 써보고 싶었던 소스와 입혀보고 싶었던 이펙팅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사실 어렵다기보단 즐거웠습니다. 다만 이미 풀사운드로 완성된 곡들에 원래 없던 파트였던 키보드 편곡을 더해야했기 때문에 곡들의 기존매력을 살리되 필요한 부분들을 채우면서 재미를 더하려고 고민을 많이 하긴 했어요.


지현: 저희 작업실의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작업을 시작하느라 물리적인 부분에서의 시간 소요가 컸습니다. 룸 어쿠스틱을 위한 음향 시공부터 전기나 조명 공사까지 직접 했어야 했거든요. 라우팅도 익숙하지 않아 연주하는 멤버의 컨디션과 플로우도 걱정이었고요. 이상적이지 않은 공간과 상황에서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멤버 구성으로서의 편곡과 연주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녹음과 포스트 프로덕션은 오히려 순조롭게 진행 되었어요.


원석: 사실 저는 기존의 드러머가 만들어놓은 라인을 제 스타일대로 바꾸는 작업이 주를 이뤘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수월한 점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까다롭기도 했어요. 똑같은 드럼라인을 연주해도 연주자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인데, 거기에 제 색을 넣고 변형을 하려다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습니다. 남의 몸에 맞춰둔 옷을 제가 직접 수선해서 입는 느낌이었어요. 이제는 그 과정들을 거친 후 제 몸에 완벽하게 딱 맞는 새로운 옷이 탄생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 이번 재편곡된 곡들을 통틀어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앨범명과 같습니다. 긴 시간을 돌아서 원점으로 왔는데, 그 긴 시간동안 많은 실험과 연구를 해왔기에 처음 시작과는 완전히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오랜 기간을 준비해왔고 충분히 자신이 있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 재킷 이미지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딱히 의도라기보단, 재킷을 본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데드버튼즈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면 했어요. 이 이후에 나올 한정판 테잎이 공개되고 나면 ‘아!’ 하실 거예요.


ⓒ퓨킹아시안레코즈 ⓒ퓨킹아시안레코즈

- 이번 앨범이 ‘3년간의 음악적 실험과 연구의 결과’라고요. 어떤 결과일까요?


소리와 메시지입니다.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어떤 표정의 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들려줘야 효과적일지, 단순히 미학적 측면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듣다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과격한 사운드 변화가 있는 곡도 있고 그로 인한 피로도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듯한 곡도 존재합니다.


곡을 쓸 때나 말을 할 때, 강하게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떤 좋은 말도 상황에 따라 그렇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직접 겪었던 경험들을 나열함으로써 청취자 분들이 한 번쯤 어떠한 현상이나 흐름에 대해 다시 돌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질문의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 이번 앨범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까요?


현재의 데드버튼즈를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번 앨범 이후 나태해지거나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했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요.


- 데드버튼즈는 초창기부터 ‘모순’적인 표현에 집중했죠.


아무래도 예술을 즐기는 개인이든 창작자든 가장 매력을 느끼는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극단에 있는 서로 다른 감각이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존재할 때 소름이 끼치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다면, 그 전혀 다른 두 성질이 공존할 때 느껴지는 위화감과 묘한 쾌감이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지는지 아실 거예요.


- 이런 모순적인 표현을 음악으로 바꿔 대중에게 전달할 때 아무래도 가사를 통한 전달이 가장 도드라져 보일 것 같습니다.


일단 솔직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바뀐 게 있다면 예전에는 순간순간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가사를 써왔는데 지금은 그 뒤에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합니다. ‘왜?’라고요.


- 가사 외에도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모순’을 적절히 녹여내고 있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하이드 앤드 식’(Hide and Seek)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깨질 듯한 차가움을 따뜻한 소리에 녹여냈죠. ‘포기 나이트’(Foggy Night)에서 모두가 휘몰아 칠 때 건반 혼자 정적으로 멜로디를 유지해 가는 것 또한 모순적 표현 기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데뷔한지 올해로 5년차가 됐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보자면요?


비슷할 것 같아요. 계속 작업하고, 공연하고. 아마 그 땐 조금이라도 더 성장해 있을 거고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겠죠?


-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평생 음악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막연히 큰 무대에 오른다거나 유명세 등을 생각했는데 어차피 모든 건 지나가기 마련이고, 남는 건 작품뿐이더라고요. 지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작품 활동을 지속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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