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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호소인 지칭 왜 사용하나' 질문에 얼버무린 민주당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7.15 12:24 수정 2020.07.15 12:42

이해찬 공식사과문에 "피해호소인" 또 등장

서울시는 "피해호소 직원"이라고 지칭

'피해자' 명칭사용 의식적으로 피하는 모습

"김지은·서지현도 피해호소여성이었나" 일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직접 사과한 뒤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직접 사과한 뒤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에 대해 민주당이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을 고수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가 피해자의 주장을 '일방적 하소연'처럼 비춰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이해찬 대표는 "국민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죄한 뒤 "피해호소인께서 겪으시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피해자와 피해호소인을 명백히 분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다. 이 사안도 마찬가지로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아시다시피 고인의 부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며 "'피해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방침을 발표한 서울시는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피해를 호소한 직원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며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서울시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통해 피해호소 직원과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는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이번에 만들어진 신조어에 가깝다.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한자조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정부기관에서 마치 통용되는 일반명사처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피해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박 전 시장이 '가해자'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정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죄추정으로 덮겠다는 의도"라는 의심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호소 여성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며 "우리가 언제 김지은과 서지현을 피해호소여성이라고 불렀었나. '도가니'의 아이들을 피해호소아동이라고 했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송갑석 대변인은 '피해호소인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람에 따라 피해자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는 분도 있다"며 "특별한 입장이 있어서가 아니라 두 용어가 혼용돼 쓰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당의 공식입장이나 브리핑에 피해호소여성이라고 나온다'는 반론성 질문이 이어졌으나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피해호소인 용어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도 "그냥 그렇다"며 얼버무렸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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